상단 영역 바로가기 컨텐츠 영역 바로가기 하단 영역 바로가기
  1. 한살림이야기

우리 땅에서 짓는 가까운 밀농사

2019.05.27 (월)

조회수
2,066
공유하기
1
제법 더워진 날씨에 찾은 남도의 밀밭은 푸르렀다. 밀밭을 훑고 지나가는 푸른 바람에 허리춤까지 자란 밀이 저마다 작은 꽃을 달고 춤을 춘다. 한살림에서 이용하는 우리밀의 60% 이상을 생산하는 함평 천지공동체, 그 안에서 농사짓는 심승욱 생산자를 만났다.
2
함평 천지공동체 심승욱 생산자



늦가을 파종해 초여름에 거두는 작물
조생벼 생산자가 많은 천지공동체에서 쌀 생산자 대부분은 보리나 밀 농사를 함께 짓는다. 심승욱 생산자 역시 벼를 거둔 논에 밀을 심어 이모작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풀을 걱정했는데 같은 겨울 작물이어도 풀을 이기는 힘은 보리보다 밀이 더 강하더라고요. 따로 농약을 하지 않아도 잘 자라고요.”
밀은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종자를 뿌린다. 벼처럼 모판에서 모를 키우지 않고 논에 바로 뿌린다. 일주일 뒤 밀싹이 돋아나면 2월경 유기질이 풍부한 친환경비료를 준다. 그렇게 자란 밀을 6월 중순 수확하고, 7월 초에 수매해서 한살림 가공생산지에 공급한다.
“밀은 병충해 피해는 적지만 습기에는 약해요. 밀가루도 냄새와 습기를 잘 흡수하잖아요. 이른 봄에 습하면 성장이 멈춰 버리고, 지금처럼 꽃이 폈을 때 습하면 이삭에 곰팡이가 생겨 알곡이 크지를 못하죠.” 그래서 밀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 관리다. “처음 두둑을 만들 때부터 20cm 이상 고랑을 내야 해요. 고랑을 약 2m 간격으로 여러 개 만들어야 물 빠짐이 잘 되고 눈이 많이 와도 문제 없어요.” 7월 초, 수확한 밀을 수매할 때도 비가 오면 일정을 연기할 정도다.
그가 심는 밀은 우리밀 중에서 조경밀이라는 품종이다.30년 넘게 유기농으로 벼농사를 지어 온 아버지의 땅은 그에게로 이어져 벼가 자라는 논이 되었다가 밀이 자라는 밭이 되기도 한다.
3
더 많이 농사짓고 싶어도 쉽지 않은 우리밀
전국 모든 벼 생산지에서 밀을 이모작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육 온도가 맞아야 하므로 우리밀은 겨울이 따뜻한 경남과 전남 지역에서 많이 재배한다. 전남에서는 함평, 해남, 영광, 정읍 등에서 밀 농사를 짓는데, 그 중 함평은 전남권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심승욱 생산자도 특별한 병충해가 없고, 지역 기반도 잘 되어 있는 밀에 매력을 느껴 8년 전부터 밀 농사를 지어 왔다.
“저희 공동체는 한살림에 가공용 밀을 140톤 출하하고 있어요. 그나마 한살림은 생산비를 보장해주고 안정적으로 수매를 하지만, 현재 국산 밀은 공급과잉으로 수매가 잘 안 돼요. 더 농사 짓고 싶어도 지을 수 없는 이유죠.”
2017년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밀은 3만 7천 톤. 다른 작물에 비해 결코 높지 않은 양이고 우리밀살리기운동도 오랫동안 펼쳐왔지만 매년 약 400만 톤 이상의 밀가루가 수입돼 국산 밀은 남아돌기 때문이다. 심승욱 생산자는 수입밀에 비해 조금 비싸도 우리밀을 이용해 주기를 당부한다.
“정직하게 농사지은 것이 잘 소비돼 생산자들이 계속 농사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때 외국 것은 무조건 좋다는 인식이 만연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최근엔 우리나라 농산물이 안전하다는 생각의 전환이 있는 듯 해서 다행이에요. 한살림 우리밀 물품의 소비가 늘어나면 저희가 농사짓는 밀밭도 더 넓어질 거예요.”
4
우리밀의 매력에 빠진 심승욱 생산자가 즐겁게 밀 농사를 계속하기를, 그 즐거움이 가까운 먹을거리와 건강한 먹을거리로 우리 밥상에 이어지기를, 그래서 우리의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식량주권을 되찾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