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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경축순환을 실현하는 유기한우

2024.09.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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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8만 5천 한우 농가 중 유기한우 농가는 단 29곳. 그중 6곳이 한살림 생산지다. 그만큼 유기한우, 한살림한우라는 단어를 내걸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동반된다. 그럼에도 유기한우를 키우며 지금까지 이 일을 이어온 전학수 생산자를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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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유기한우 전학수 생산자
내 몸이 알려준 친환경 농사의 가치
전학수 생산자는 1987년도에 부모님으로부터 농사를 이어받았다. 어느 날 독한 농약 때문에 오이밭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진 이후로 친환경 농사에 관심이 생겼다. 내 몸을 위협하는 농사를 지속할 수는 없으니, 방법이 필요했다. 아산, 천안 지역 농부들과 함께 한살림 교육을 받은 후 한살림아산연합회 생산자가 되어 토마토, 쌀농사를 지었다. 이후, 몇몇 생산자들이 마음을 모아 축산을 결심했다. 유기 농사 부산물과 소 축분을 퇴비로 활용하는 경축순환을 위해서였다. “나이가 들수록 토마토 같은 작물은 농사짓기가 점점 버거워지거든요. 한살림과 함께라면 해낼 수 있겠다 싶어 2008년도부터 유기한우를 키우기 시작했죠. 이제 토마토는 딸에게 넘겨주었어요.” 직접 부숙해 사용하는 축분 퇴비는 토마토밭으로 간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퇴비가 아닌, 생산자가 직접 부숙해서 쓰는 퇴비는 건강하고 맛있는 토마토를 키우는 데에 제 몫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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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농 토마토 농사를 지으며 한우도 유기로 시작했다는 전학수 생산자
운동 공간이자 놀이터, 방목장
90마리 유기한우가 자라는 전학수 생산자의 축사는 바람과 햇빛이 잘 통한다. 분뇨는 자주 치워주고 왕겨를 충분히 깔아준다. 5년에 한 번 수질검사를 받은 깨끗한 물은 언제든 마실 수 있도록 제공한다. “먹고 노는데 편하게 해줘야죠. 잘 먹고 잘 자게.”라고 말하며 축산은 기본적으로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유기한우 인증을 받으려면 축사보다 2배 더 넓은 방목장이 필요하다. 그의 축사에는 특별히 실내 방목장이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소가 몸이 근질근질해질 때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다. 12개월령 전까지 이곳에서 운동하며 자란 소는 골격부터 남다르다. 사람도 운동하면 소화가 잘되고 밥맛도 좋아져서 건강해지듯 소도 마찬가지다. 활동량이 많을수록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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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개월령 전의 소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방목장
소를 위해 직접 만드는 건강 간식
유기한우의 기본 사료는 유기농 인증 원료로 만든 발효 섬유질배합사료와 볏짚이다. 그는 기본 사료 외에 노하우를 담아 만든 간식 하나를 추가한다. 바로 소화를 돕는 미강 발효 간식이다. 미강에 고초균, 효모균, 유산균을 배양해 만든 간식인데, 소들이 쫓아와서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 유익균이 풍부해 장 내에서 곡물 사료가 잘 분해되니까 분변을 보면 확실히 다르다. 이렇게 자란 소의 몸무게는 다른 소보다 200~250kg 정도 더 무겁다. 당연히 소화가 잘되니 더 잘 먹고 잘 큰다. “축산은 처음이라 모르는 점이 많았어요. 그래서 여기저기 축산 관련 교육에 열심히 다니면서 배웠죠.” 소를 건강하게 키우고자 하는 그의 노력이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다.

☝️유기한우의 사료
1) 유기 인증 원료로 만든 사료
2) 아산 지역 유기농 조사료 (볏짚, 미강, 청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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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한우가 먹는 Non-GMO 유기 인증 사료(왼쪽). 전학수 생산자가 직접 만든 미강 발효 간식(오른쪽)
“친환경으로 논, 토마토 농사, 한우 축산 다 해보니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친환경은 가장 근본적인 것을 찾아가는 일이더라고요. 논, 밭에는 깨끗한 퇴비로 영양분을 주고, 소는 유익균 풍부한 미강 발효 간식을 주는 거죠. 그다음부터는 건강하게 알아서 잘 큰답니다. 우리 한살림한우 생산자들은 그만큼 공들여 한우를 키워요. 소비자조합원분들이 한 번 드실 때 건강하게 키운 고기를 선택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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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 고되지만 자연의 섭리대로 꿋꿋하게 키우고 싶다는 전학수 생산자
아산의 대표 경축 순환 모델, 푸른들축산
2007년, 여러 생산자가 직접 출자해 푸른들축산과 사료공장을 설립했다. 자원이 지역 내에서 순환하는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일반 축산에서 좋은 사료는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살이 찌고 등급이 잘 나오는 사료’이지만, 푸른들축산에서는 ‘소가 건강하게 자라고, 지역 내 순환 고리를 완성하는 사료’가 좋은 사료다.

아산은 한살림 대표 유기쌀 생산지다. 벼농사의 부산물인 볏짚, 청치, 미강, 도정 중 깨진 쌀, 작은 쌀 등을 이용해 푸른들 사료공장에서 발효 섬유질배합사료를 만든다. 이 사료는 유기한우 6농가와 안심대안한우 4농가에서 키우는 700여 마리 한우의 건강한 먹이가 되고, 분변은 퇴비화해서 다시 유기 논에 뿌려진다. 축산으로 경축 순환 고리가 지역 내에서 완성된 것이다.

푸른들축산 발효 섬유질배합사료는 소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모두 담는다. 먼저 볏짚, 미강, 청치, 물을 넣고 90도로 스팀 살균한 후 발효제를 넣어 하룻밤 발효한다. 다음날 추가로 볏짚과 배합사료, 알팔파, 소금, 비타민 등을 섞은 후 포장해 1~2주 정도 더 발효한다.
모든 원료는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만 사용한다. 배합사료에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유기농 원료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유기농 볏짚, 청치, 미강도 지역 내 자원 순환을 위해 빼놓지 않고 사용한다. 또한, 발효 사료는 높은 온도로 쪄서 살균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유익균이 풍부하며 소화가 잘되는 장점이 있다.

푸른들축산 장기영 부장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아산 유기한우 생산자들은 소가 먹을 풀을 키우는 초지를 운영하고 지역 농산물, 국내산 농산물을 더 사용하려고 노력해요. 최대한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한우를 건강하게 키우려고 노력하고요.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고기라면, 환경을 생각하면서 축산을 이어가는 유기한우, 한살림한우를 이용해주시면 좋겠어요.”

한살림 유기농 쌀 도정 후 나온 깨진 쌀 등을 모아 놓은 모습
▲ 한살림 유기농 쌀 도정 후 나온 깨진 쌀 등을 모아 놓은 모습

아산 푸른들축산 장기영 부장
▲ 아산 푸른들축산 장기영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