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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공동체의 힘으로 이어가는 안심대안한우 축산

2024.09.30 (월)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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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환경과 사람에게 더 나은 축산방식을 실천하는 한살림한우. 그 중심에는 늘 생산자의 수고가 촘촘히 새겨져 있다. 현 한살림축산영농조합법인(이하 한축회) 대표이자 안심대안한우를 키우는 황길성 생산자를 만나 한살림축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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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안심대안한우 황길성 생산자
한살림과 함께 시작한 한우 축산
“저는 어려서부터 꿈이 축산을 하는 것이었어요. 열다섯 살 무렵 처음으로 이웃 부잣집 소를 위탁 사육했는데, 남의 소 키우는 것 같아 마음이 영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20대 때부터 직접 낙농을 했었으나,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인하여 낙농을 그만 두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 아시는 분의 권유로 1989년에 괴산소비자협동조합 이사로 재직하면서 한살림을 알게 되었고, 90년대 중반에 숫소 십여마리를 사육하면서 한살림축산을 시작했어요.”
동트기 전 5시, 그는 일어나자마자 소 밥 먼저 챙긴다. 먼저 조사료를 수레로 옮겨가며 한 아름씩 주고 나서 배합사료를 준다. 물통을 확인하고 한 마리씩 눈으로 점검한 뒤에야 자신의 아침밥을 챙긴다. 그리고 오후 5시쯤 한 번 더 반복한다. 땅이 질어지면 분뇨를 치우고 새 왕겨를 깔아준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소 100마리를 관리하는 일에는 부지런함과 책임감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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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아침 소 밥 챙기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황길성 생산자
옥수수 NO! 대두박 NO! 안심대안한우 사료
“안심대안한우 사료에는 GMO 원료 혼입 우려가 있는 옥수수와 대두박이 아예 들어있지 않아요. 옥수수를 먹이면 소가 훨씬 빨리 커요. 그럼에도 옥수수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유기 인증을 받지 않은 수입산 옥수수와 콩이 대부분 GMO농산물이거든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내산 미강, 맥강 등 더 비싼 대체 원료를 사용하죠. 살이 잘 붙어 등이 펑퍼짐한 일반 한우를 보면, 우리 소들 사료에도 옥수수 좀 넣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래도 우리 공동체를 지탱해 주는 소비자 조합원과의 약속을 지키고, 부드러운 고기보다는 건강한 고기를 생산하는 일이 더 우선이라는 걸 알기에 절대 원칙을 깨지 않습니다.”
안심대안한우는 GMO혼입 우려가 있는 옥수수, 대두박을 넣지 않는 대신 질 좋은 국내산 농사부산물과 조사료를 먹인다. 더디 자라는 소를 보며 가끔은 마음이 답답하다는 황길성 생산자는 그래도 여전히 소와 사람 모두에게 좋은 방향을 찾는 것이 답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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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심대안한우가 먹는 Non-GMO 사료(왼쪽). 논에서 온 볏짚(오른쪽)
☝️안심대안한우의 사료
1) Non-GMO 사료 : 옥수수, 대두박 완전 배제
2) 풍부한 조사료 : 볏짚, 건초, 풀 등
두 당 2.5평 이상의 넓은 축사
황길성 생산자의 축사는 냄새가 적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사료와 퇴비에 뿌리는 생균제에 있다. 악취의 원인은 대부분 분뇨 때문인데, 발효를 돕는 생균제 덕분에 분뇨가 부패하지 않고 발효가 되니 축사에서 냄새가 덜 난다. 잘 부숙된 퇴비는 직접 농사짓는 조사료용 청보리밭과 논에 사용하여 경축순환을 실천한다.
넓고 환기가 용이한 축사 환경도 큰 역할을 한다. 약 100두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두 당 2.5평의 넓은 공간이 사방으로 뚫려 있고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해서 냄새가 머무를 새가 없다. 두 당 2.5평의 축사 크기는 한살림한우의 공통 기준이다.
“옛날에 일반 낙농을 했을 때는 공간이 좁아서 키우면서도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축사 환경이 좋지 않았던 거죠. 지금은 축사 공간도 넓고, 생균제도 자주 뿌려주니 냄새가 거의 안 나서 좋아요.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가면 생균제를 무료로 보급해 줍니다. 소의 장내 발효를 돕고, 퇴비 부숙에도 도움이 되니까 냄새를 줄이는 데에 큰 역할을 하죠. 대신 농부가 부지런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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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 한마리 당 2.5평의 이상의 안심대안한우 축사
생산자의 자부심, 한살림 자체 기준
“한살림 자체 기준에 맞춰 축사를 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데요.” 한살림한우 생산자는 근처 제초제를 뿌리는 농가에 찾아가 협의하거나 대신 제초 작업을 해주는 건 물론이고, 뿔 자르기를 하지 않아 야생 본능이 살아있는 수소를 다루는 일도 해내야 한다. 그리고 농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록하는 일까지. HACCP 인증은 기본이고 한살림 자체 기준인 자주 점검을 하면서 한우를 키우는 일은 생산자로서 가지는 소신과 끈기가 없다면 지속하기 어려운 일이다.
2023년 수해 그리고 극복의 과정
황길성 생산자가 대표를 맡고 있는 한축회는 1999년 창립한 괴산 한살림한우 생산자 연합조직이다. 사육 환경, 사료 생산, 유통 방식에서 동물복지를 실현하고 지속 가능한 축산 방식을 선택하며 한살림 축산의 기본 원칙을 세웠다. 그리고 2002년, 회원들이 힘을 모아 사료 공장을 설립했고 작년까지 안정적으로 안심대안한우의 사료를 생산해 왔다. 그런데 2017년과 2023년 여름, 24년간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폭우로 한축회 사료 생산 설비와 사무실은 물에 잠기고, 볏짚 4천롤 및 보조제는 모두 유실되면서 가동을 멈췄다. 한축회 조합원 32명이 키우는 2천여 마리 소의 끼니가 당장 급했다. 시중에서는 구할 수도 없는 안심대안한우의 사료. 황길성 생산자는 한축회 대표이자 한우 생산자로서 발 벗고 뛰어 문제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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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년 7월 폭우로 사료용 곤포(볏짚 다발)이 떠내려 가는 모습
소 사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탄수화물, 단백질, 미네랄 등 영양이 풍부한 ‘배합사료’와 볏짚, 건초 등 섬유질이 많은 ‘조사료’. 한축회 사료공장이 정상 가동 중이었을 때는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먹일 수 있는 ‘섬유질배합사료’를 사용했었다. 지금은 한축회 창립 초반에 인연이 있었던 우성사료에 특별히 Non-GMO 사양의 배합사료를 의뢰해 사용한다. 우성사료는 Non-GMO 원료 수급력을 갖춘 업체다. 조사료는 각 생산자가 구입해 사용한다. 배합사료와 조사료 두 가지가 다 들어있는 섬유질배합사료를 쓰다가 이제는 따로 구해 먹이다 보니 일이 이전보다 번거로워졌다. 그래도 여전히 괴산 한우 생산자들은 부지런히 한우 공급에 힘쓰고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한 발걸음
황길성 생산자는 한축회 대표이자 한우 생산자로서 이제는 다음 세대를 바라보고자 한다. 축사 환경과 더불어 일하는 사람도 조금 더 쾌적한 환경에서 편하게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시도한다. 축산에 관심 있는 귀농인에게 작은 일이라도 맡겨 농촌에 정착하도록 돕고, 젊은 세대가 꿈을 안고 축산에 도전하도록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다음 세대를 지원하는 일은 한살림한우의 명맥을 이어가는 일과도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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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살림 조합원들이 있어 힘을 더 낸다는 황길성 생산자
소비자 조합원의 응원으로 이어가는 축산
나이 들고 아파서 더 이상 못 할 때까지 이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앞으로도 계속해 나가겠다는 그. 그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소비자 조합원이다.
“작년 수해 이후 수습할 때 가장 힘들었어요. 그때 대전, 경기, 서울, 청주 소비자 조합원분들이 위로 방문 오셨을 때 크게 보람을 느꼈죠. 지금처럼 한웃값이 요동치면 생산자는 돈 생각만 하게 되기가 쉬워요. 하지만 저는 돈보다 더 우선시하는 것이 있어요. 바로 소비자 조합원이에요. 제게 힘을 주는 그들 덕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축산을 이어가는 거예요. 생산자가 책임 생산을 이어 나가도록 소비자 조합원분들이 희망을 나눠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