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호 생산자는 경남 고성 논두렁공동체 우동완 생산자의 아들로서 10년 가까이 농사를 지어온 후계농이다. 아버지와 함께 쌀, 앉은키밀, 이분도통밀, 찰보리, 흑미, 녹미 등의 품목을 한살림과 한살림경남에 내고 있다.
▲사진. 햇밀장에서 만난 경남 고성 논두렁공동체 우창호 생산자
농사를 시작한 계기, 그리고 앉은키밀을 키운 계기가 궁금해요
아버지가 한살림 생산자여서 어릴 때부터 친환경 농사짓는 걸 보고 자라서인지, 농고와 농대에 가고 농사를 직업으로 삼는 일이 자연스러웠어요. (부인인 강다은 생산자도 농대에서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거라, 둘 다 30대 젊은 부부지만 큰 고민없이 농사를 생업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아버지가 하시는 농사를 이어서 하다 보니, 앉은키밀도 아버지가 짓던 작물 중 하나여서 이 또한 자연스럽게 같이 농사짓고 있습니다.
밀 농사는 어떻게 짓나요?
앉은키밀과 함께 백강밀도 키우고 있는데, 우리나라 밀은 가을에 심는 추파밀이에요. 가을에 벼를 수확하고 나서 논을 두, 세 번 갈아엎은 다음 그 땅에 다시 밀을 심는 거죠. 벼를 이미 생산한 땅이라, 자가 퇴비나 볏짚을 썰어 넣어 양분을 주고 자주 갈아엎어 가면서 땅심을 돋궈 줘야 밀을 잘 키울 수가 있어요. 수확한 밀은 대부분 ㈜우리밀로 보내고 일부는 지역에서 직거래로 소량 판매하고 있어요. 가을에 심어서 여름에 수확하는 거라 몇 개월 집중해 일하는 셈이고 일부 기계로 작업을 하기도 해서 일년내내 손발이 바쁜 밭농사보다는 조금 수월하다고 생각해요.
(결혼 6년 차인 강다은 생산자는 밭농사를 주로 하고 있는데, 남편은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는 밭농사의 고생을 몰라주지만 어른들은 힘들다고 일을 자꾸 못하게 하셔서 몰래몰래 하고 있다며 웃는다)
▲사진. 우창호(우) 강다은(좌) 생산자 부부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 30년이 다 되어가도 국산밀 소비는 1% 턱걸이 수준인데, 생산자님도 체감하시는 게 있나요?
토종밀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대를 이어 앉은키밀을 재배하고 있지만, 소비가 줄어들어 적체라는 말을 매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듣고 있는 거 같아요. 올해도 심각하다고 하고요. 외식을 많이 하는 상황이라는 말에도, 우리밀로는 다양한 요리 적용이 어렵다는 말에도 공감하지만,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매년 같은 말만 반복하다 밀도 소비도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해요. 소비자들이 우리밀을 기본 먹거리로 생각하며 찾아야만 지금처럼 밀 99%를 싼값에 수입 가공해 먹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국가 차원에서 밀 산업 육성을 정책화한다고 하는데,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변화가 있나요?
토종밀 직불금으로 통밀 종자구입비 지원받은 것 말고는 딱히 느껴지는 건 없습니다. 다른 농사를 짓던 이웃 관행 농가들이 지원을 받아 밀농사를 시작한 경우도 보고, 또 지원금을 받아 가공이나 제분 공장 설비를 구입해 사업화하는 경우도 봤는데 정작 이미 밀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에게는 큰 변화가 없고 지원금도 미미하죠. 오히려 좀 있다가는 과잉 공급으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사진. 우창호 생산자가 경작하는 토종밀밭의 5월 풍경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농사지으면서 기후변화를 매번 체감해요. 이렇게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해왔던 대로 말고 새로운 방향을 정해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드론 자격증을 따서 친환경 약제를 드론으로 뿌리고 있는데, 일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렇게 작지만 새로운 변화를 지지하고 필요한 농사법을 같이 고민하고 나누고 서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한살림 안에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