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푸른들영농조합 지완선 대표(왼쪽), 김성태 상무(오른쪽)
쌀은 오랜 시간 우리 문화의 중심에 있었다. 밥과 국을 기본으로 반찬을 더 하며 발전한 식문화는 물론,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도우며 농사짓는 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두레와 품앗이 정신이 우리 문화에 깊게 배어있는 것은 쌀농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문화가 많이 바뀌었다지만, 여전히 우리는 ‘밥’을 먹지 않으면 어딘가 허전하고 구수한 밥 짓는 냄새가 풍기면 몸이 먼저 반응하곤 한다. 밥을 중심으로 차곡히 쌓여온 음식문화 덕에, 한국인의 DNA엔 밥에 대한 애정이 새겨져 있는 것은 아닐지 상상한다.
쌀의 수난 시대
그런 쌀이 수난 시대를 겪고 있다. 2023년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kg. 한사람이 하루에 밥 한 공기 정도만 먹는 셈이다. 한살림 조합원 쌀 이용도 크게 줄었다. 작년 12월 열린 ‘쌀 생산 기반 유지를 위한 집담회’에서는 이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대책을 마련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2023년 11월 15일~ 22일 기간 동안 진행한 조합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살림 조합원들은 쌀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안정성 다음으로 ‘밥맛’을 꼽았다. 그리고 ‘밥맛’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재배 방식(유기농, 무농약)과 쌀의 등급(특상, 상, 보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조합원이 쌀을 선택하는 데 ‘밥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한살림은 조합원이 더 맛있는 쌀을 먹을 수 있도록, 전면 상등급으로 전환하기로 했고 지난 5월 20일부터 상등급 쌀 공급을 시작했다.
밥과 똥의 아름다운 순환을 꿈꾸며
아산푸른들영농조합은 한살림 조합원이 먹는 쌀의 54% 이상을 도정하는 생산지다. 1996년, 아산 생산자연합회 회원들이 출자해 만들었다. 쌀 도정 후 나오는 부산물은 축산 사료로 활용하고 축산 분뇨는 쌀 농가 퇴비로 사용하는 생태순환농업을 실현하고 싶어서다.
지완선 푸른들영농조합 대표는 “지금은 쌀을 도정하는 미곡 처리장, 국내산 콩으로 두부를 만드는 두부 공장, 두유, 배즙, 양파즙 등을 만드는 가공공장, 물류센터와 공동 선별장까지 갖췄다.”며 아산 친환경 농부들이 물품 선별부터 가공, 조합원에게 보내는 물류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쌀의 등급을 가르는 도정과정
쌀 등급은 품종과 상관없이 도정 과정에서 결정된다. 흠이 없고 모양이 온전한 쌀알 비율이 높을수록 높은 등급을 받는다. 깨진 쌀인 싸라기가 3% 이내면 ‘특’, 7% 이내면 ‘상’, 12% 이내면 ‘보통’으로 분류한다. 깨지거나 흠이 난 쌀이 많으면 밥을 지었을 때 질거나 퍽퍽한 밥이 된다. 완전한 쌀 비율이 높을수록 찰지고 탱글탱글 밥알이 살아있는 밥을 지을 수 있다.
푸른들영농조합은 상등급 쌀로 전면 전환하기 위해 도정기를 교체했다. 도정기를 3대로 늘려 도정 과정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연미 공정도 추가했다. 도정 마지막 과정에서 미세하게 물을 분사하며 마찰하는 연미 공정을 통해 쌀알이 더욱 투명하고 깨끗해졌다. 덜 익어 푸른빛을 띠는 청치와 변색된 쌀을 걸러내는 두 대의 색채선별기와 깨진 쌀을 거르는 쇄미선별기도 개선했다. 상등급 쌀 비율을 맞추기 위해 등급판정기로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걸러진 쌀은 모두 유기축산 사료를 만드는 데 쓰인다. 부산물을 다시 활용해 순환농업의 고리를 만드는 일임과 동시에 축산 농가 사료비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된다.
▲ 상등급 쌀 전환을 위해 3대로 늘린 도정기
▲ 두개의 망을 통해 싸래기를 거르는 쇄미선별기
조합원이 가장 맛있는 쌀을 먹을 수 있게
도정 전인 볍씨는 모두 15도 이하의 저온 창고에서 보관한다. 그래야 수분도 일정하게 유지되고 품질이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가 언제 추수한 쌀인지 바로 추적할 수 있도록, 인증, 생산자, 지역별로 분류해 보관한다. 그래야 품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확인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김성태 푸른들영농조합 생산자는 말한다.
한살림 쌀은 도정한 지 5일 이내로 조합원이 받을 수 있다. 도정일자가 밥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조합원이 더 맛있는 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주문량에 따라 도정량과 일정을 조율해 갓 도정한 쌀을 최대한 바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싶은 푸른들영농조합
김성태 푸른들영농조합 생산자는 “자재값, 기계값, 인건비같이 쌀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너무 많이 올랐는데, 쌀값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격이 비슷해요. 농가 수입이 계속 줄고 있는거예요. 물가가 아무리 올라도 공깃밥은 여전히 1,000원인 게 쌀의 현실이죠.”라고 쌀 농가의 어려움을 이야기 하는 한편, 푸른들 영농조합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쌀을 많이 이용할 수 있게 품질을 높이는 한편, 농촌의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기 위해, 소규모 영농단을 꾸리거나 귀농 귀촌한 청년을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싶어요. 그렇게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게 푸른들 영농조합의 목표 중 하나 입니다.”
▲ 한살림 쌀 캐릭터 ’쌀이’를 들고 활짝 웃는 지완선 푸른들영농조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