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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기계화 영농으로 콩 자급의 미래를 여는 청년 생산자들

2023.11.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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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콩 자급의 미래를 여는 예산자연농회 강선구 생산자와 청년 생산자들

콩은 두부, 된장, 식용유 등 한식에서 필수로 사용하고 있는 식재료이다. ‘밭에서 나는 고기’라 할 정도로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라 최근 채식의 유행에 따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시중에서 국산 콩으로 만든 물품은 찾아보기 매우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우리가 먹는 콩의 80%가 수입산이다. 값싼 수입한 콩에 밀려 국내산 콩은 설 자리를 잃어간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또래 농부들과 함께 대규모 콩 농사에 뛰어든 이가 있다. 예산자연농회 강선구 생산자이다.

1990년부터 한살림에 쌀을 출하하던 생산자들이 모여 1999년에 예산자연농회를 결성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 생산자들의 평균 연령이 70대였는데 최근 농사를 이어갈 40대 초반의 젊은 생산자들이 크게 늘어 ‘세대 이음’이 이루어지고 있다. 강선구 생산자도 그들 중 하나이다. 그는 농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농작물에 대해서도 농업정책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어 주변에서 콩 박사로 통한다. 대규모 기계화 영농 그리고 청년들과 협업을 통해 국산 콩 소비의 확대하겠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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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자연농회 강선구 생산자와 청년 생산자들
도시 생활에 지쳐 고향으로 귀농
자연에 맞게 바뀐 일상이 가장 큰 메리트


강선구 생산자(42세)는 4년 전 가족과 함께 고향인 충남 예산에 내려왔다. 밤낮없이 전국을 다니며 일하다 심신이 지쳐있던 자체, 우연히 고향 친구의 농사를 돕게 됐는데 일하는 맛이 좋았다고 한다. 그렇게 고향에 내려와 먼저 귀농해 온 친구인 가창진 생산자와 의기투합해 농사를 짓게 되었다. 귀농이 절대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해 뜨면 나가고 때 되면 밥 먹고 해 떨어지면 집에 오는 자연의 흐름에 맞는 일상의 변화가 참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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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량독립만세 깃발과 함께 만세하는 강선구 생산자
예산자연농회 또래 농부들과 청년 모임 만들어,
유쾌하지만 진지하게, 연구하며 짓는 농사


강선구 생산자가 귀농해 콩 농사를 짓는 데는 친구인 가창진 생산자의 권유가 있었다. 가창진 생산자는 자연농회의 또래 청년들에게 각자 짓는 주 작물 외에 전략 작물로 콩 농사를 짓자고 제안해 왔다. 그렇게 모인 일곱 농가가 2020년 청년 모임(추사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이들은 예산군 여기저기 땅을 빌려 함께 콩을 경작한다. 15만 평의 땅에 메주콩, 서리콩, 콩나물콩을 경작하고 각각 푸른들영농조합법인, 괴산잡곡, 아산 제터먹이 사회적협동조합에 수매한다.
강선구 생산자와 동료들은 몇 년의 과정을 통해 기계를 활용한 대규모 콩 농사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농사지으면서 품질을 높일지 동료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농사짓는 재미도 크다고 한다.
“이렇게 해볼까 저런 거 해볼지 아이디어 내고 실행해 보고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이야기하는 태도가 가볍고 유쾌하지만, 그 안에서 단단함과 진지함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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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수를 위해 모인 생산자들
허리 굽히지 않고 농사지을 수 있구나
‘콩 농사는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바꿔내


함께 작물을 콩으로 정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앞서 먼저 기계화 영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협동조합에서 콩 농사짓는 모습을 봤는데 파종부터 수확까지 기계로 하는 것을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되니 저런 거면 우리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농사는 힘든 일이라는 이미지가 전환되었다고 한다. 또한 기계만 있으면 청년들도 같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단다.
“‘농지은행’에서 청년들에게 1만 2천 평씩 우선 임대해줘요. 콩은 기계만 있으면 얼마든지 넓은 면적도 지을 수 있으니, 농지임대를 받은 청년들이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희망을 품고 농촌에 오지만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빚만 갖고 도시로 돌아가는 청년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고 한다.
“믿을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 이런 개개인들을 묶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는 ‘한살림운동은 협동으로서 완성된다’ 말을 청년들과의 협력으로 실천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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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수를 앞둔 메주콩 밭
식량작물 중 하나인 콩
국내산 생산기반 안정화는 요원해


또 다른 이유는 콩은 정부가 정한 식량작물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매가를 정하기 때문에 가격 안정성이 높고 이외에도 여러 가지 정부보조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점이 있지만 여전히 국내산 콩의 생산기반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쓴 소리도 잊지 않는다.
“2030년까지 콩 자급률 45% 달성하겠다고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봐요. 국산 콩 생산과 소비를 장려하고 자급률 제고를 위해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란데, 농식품부가 너무 쉽게 수입 콩을 들여와 대기업에 값싸게 공급하잖아요. 그나마 있는 국내 생산기반까지 위협하는 일이죠”
2009년부터 콩을 비롯한 일부 농산물에 대한 저율관세(TRQ) 물량을 확대해 수입을 늘려온 것에 대한 이야기다. 자급률 재고를 위해서는 국산 콩 생산농가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지원책과 이행방법이 나와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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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 수확 모습
녹비용 호밀로 땅심 키우고 톤백 교체로 건조비 줄이고
기술적 진보를 통해 국산 콩 농사를 지속가능하도록 하겠다


이들은 농사 뿐 아니라, 수확과 건조 보관하는 전 과정에서 계속 더 좋은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땅심을 기르는 위해 호밀을 심는다. 늦가을에 심고 이듬해 봄 베서 갈아서 땅에 환원한다. 콩을 보관하는 톤백을 통풍이 잘되는 제품으로 바꾸고 나서 건조 비용도 감소시켰다.
“톤백 같은 게 뭐 기술적인 진보냐고 할 수 있지만, 그런 작은 변화들을 통해 결국에는 생산 관리비가 떨어지는 거예요. 생산 관리비가 떨어지면 외국에서 들어오는 GMO콩과 비교해도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경쟁력 있게 생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콩나물 콩은 수매처에서 발아테스트를 하는데, 이들은 작년 발아율 1위 생산지로 꼽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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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수확한 콩
겨우 지켜가는 콩 자급률 20%,
농사가 지속가능해야 자급률도 지킬 수 있다


“우리나라가 콩의 종주국이잖아요. 그런데 대부분의 콩을 수입하고 있는거죠. 그것도 많은 부분 GMO콩이고요. 기술의 진보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수확량을 늘리면 수입콩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가격경쟁력도 점점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시도하죠”
농촌인구 소멸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농촌은 기후위기 만큼 인구위기가 시급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통계에 따르면 70세 이상 농가 가구주가 전체 농가의 약 60%를 차지한다.(2021년 기준, 경기신문 인용) 허리를 구부려 농사를 짓던 생산자들은 점점 노령화로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진다. 청년들은 희망을 찾아 농촌으로 오지만 정보의 부족, 인프라의 부족 등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도시로 돌아간다. 그러는 사이 값싼 수입 콩이 우리 밥상을 차지했다.
청년들과 힘을 합쳐 규모있게 농사를 짓고, 연구를 통해 수확물의 양과 질을 높여가는 이들.
아직 4년차이지만 콩 경작에 대해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이들을 보며 우리 땅에서 콩 농사를 짓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자급률 20% 아직은 턱없이 낮은 수치지만, 안정적으로 농촌에 자리잡는 청년들이 많다면 콩 자급의 미래도 어둡지만은 않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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