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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풍요로운 내일을 꿈꾸게 하는 씨앗, 토박이씨앗

2023.10.16 (월)

조회수
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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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토박이씨앗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최근 일이다. 가족 중 한 사람의 건강이 크게 나빠지면서 건강하게 사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자연스레 음식으로 이어졌다.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요리교실을 찾아 다니고 강연을 듣고 책을 읽으며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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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씨앗을 심은 밭,(왼쪽부터) 토종상추, 토종옥수수, 토종콩밭
내가 미쳐 몰랐던 세계
‘유전자 조작 씨앗’ 이 단어를 여러 번 들어봤지만, 좋지 않다는 인식만 있었을 뿐. 무엇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유전자 조작을 하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러다 한 책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일회성으로 열매 맺기에 그치는 불임 씨앗과 제초제 성분을 품은 씨앗, 살충제 성분을 품은 씨앗. 주변 환경을 망가뜨리며 자라나는 작물들의 이야기와 그렇게 자란 작물들이 세계의 이곳 저곳으로 퍼져 나의 식탁에도 오른다는 사실이다. 충격이었다. 믿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불안함과 언젠가 이 나라에서 먹을거리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함이 몰려왔다. 그러한 불안함은 나를 도시농부 프로젝트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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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튼실하게 자란 토종 토마토
자급자족을 위한 연습, 도시농사 프로젝트
도시농사 프로젝트는 농사에 관심이 청년들이 모여 동작구 노량진 소재의 도시 땅에서 농사를 짓는 프로젝트다. 수확의 기쁨과 직접 키운 작물로 요리를 해먹는 즐거움을 느껴 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10명 정도의 청년들이 모였다. 나는 먼 훗날 자급자족을 위한 연습을 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할지 고민하던 때, 마침 한살림에서 토박이 모종을 공급받을 수 있어서 우리는 토박이 모종을 밭에 심기로 했다. 국내에서 먹거리를 자급자족하는 것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팀원 모두 다양한 토박이씨앗을 키운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태가 좋지 않았던 땅을 열심히 가꾸고 세가지 종류의 상추와 토마토, 오이, 감자, 고추, 옥수수, 콩을 심었다. 척박한 환경이었음에도 작물은 잘 자라주었다. 장마철에 비를 맞고도, 한여름의 폭염을 받아내고도 쑥쑥 자라는 작물이 신기할 정도였다. 우리땅에 형질이 고착화된 것이 토박이씨앗이라고 하던데. 그 위력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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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로 잘 자라 깜짝 놀랐다는 토박이고추
다양한 먹을거리를 경험하는 풍요로운 삶
열매를 잘 맺은 작물을 수확하고 키워낸 사람과 함께 나누며 요리해 먹는 과정은 도시농부 프로젝트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풍요롭다는 것이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이 경험은 나에게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생활을 더욱 꿈꾸게 했고, 토박이씨앗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었다. 정형화된 먹을거리에 갇힌 삶이 아니라 다양한 먹을거리를 경험하는 삶은 풍요롭다. 토박이씨앗을 지키는 일은 나 뿐 아니라 이 나라 모든 사람이 다른 곳에 의지하지 않고 자급자족 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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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확한 농산물을 함께 농사짓는 이들과 나눠먹는 모습
글/사진 조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