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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뿌린대로 거두는 농사의 맛, 실컷 즐기며 농사지어요

2023.09.19 (화)

조회수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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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고삼공동체 박우성 생산자

제 삶에 농사가 들어올 거라곤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어요. 남들처럼 수능 보고 대학 가고, 취업해서 평범하게 살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고등학교 때 우연히 들었던 농업 강의가 제 삶을 완전히 바꿔놨어요. 막연했지만, 농사를 지으면 출퇴근에 얽매이지 않고 내 시간에 맞춰 일할 수 있겠다 싶었죠. 도시의 흐름은 너무 빠르잖아요. 제 생활을 그 흐름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게 싫었어요. 내 흐름에 맞게 내 삶을 살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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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 고삼공동체 박우성 생산자
뿌린 대로 거두는 농사의 맛
농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뛰어들 순 없으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농수산대학교로 진학했어요. 학교에서 실습을 해보고 제게 맞으면 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농사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매력이 있어요. 날씨도, 작물도 다 제 맘처럼 되지는 않죠.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한 것 같아요. ‘뿌린 대로 거둔다.’ 땀 흘리고 몸을 움직인 만큼 정직하게 거둘 수 있어요. 이게 농사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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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농부들이 으쌰으쌰 함께 농사짓는 고삼공동체
청년농부들이 서로 의지하며 으쌰으쌰 농사지어요
안성 고삼지역은 대부분 친환경 농사를 지어요. 친환경 농업의 발상지라 불릴 만큼 자부심도 있죠. 저도 이왕이면 땅과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농사짓고 싶었어요. 오랜 시간 진심으로 친환경 농사를 짓고 계신 선배들께 많이 배웠고, 또 배우고 있어요.
고삼 지역은 동네가 작은 편인데, 젊은 농부가 꽤 많아요. 대학을 갓 졸업하고 농사를 지으려니 좀 막막했는데, 같은 세대 농부가 많아서 도움을 많이 얻었죠. 같이 농사법도 연구하고 어려움이 생기면 함께 의논해서 해결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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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흙에서 손으로 직접 캐는 연근
진흙 속 보물을 캔다는 마음가짐으로
연근은 4월 중순에 심기 시작해, 9월 초부터 이듬해 1월까지 수확해요. 저장기간이 짧아서 미리 수확이 어렵고 그때그때 수확해야 하죠. 연근은 심고 나서 잎이 올라올 때까지 잘 관리해 주는 게 관건이에요. 그 시기에 벌레가 먹지 않게만 잘 관리해 주면 이후엔 대체로 잘 자라요. 다만, 수확 때가 가장 힘들어요. 물이 있으니, 트랙터를 쓰지 못하고 직접 사람 손으로 캐야 하거든요. 진흙 속에서 보물을 캔다는 마음가짐으로 수확하곤 해요. 게다가 겨울이 되면 추위와도 싸워야 해서 더욱 힘들고요.
연근은 날씨가 더우면 잘 자라요. 올해 폭염 때문에 다른 작물은 잘 자라지 못했는데, 연근은 대체로 잘 자랐어요. 어제 처음 캐봤는데, 실하게 잘 여물었더라고요. 일부 논은 제 가 생각한 만큼 자라지 못해서 올해는 수확하지 않으려고 해요. 잘 관리 해두었다가 내년에 수확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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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하게 자란 고삼공동체 연근
연근 고유의 맛을 즐겨보세요
연근 요리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조림일 텐데요. 저는 연근 자체의 맛을 즐겨보시라 권하고 싶어요. 샐러드에 넣으면 아삭한 식감과 특유의 단맛을 느끼실 수 있고요. 고기 구울 때 감자 굽듯이 같이 구우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요. 꼭 한번 연근 자체의 매력을 깊이 느껴보시길 바라요.
8월이 되면 연근 밭은 만개한 연꽃 때문에 경치가 장관이에요. 9월까지도 제법 피어있어서 이맘때면 조합원들이 많이 방문하곤 하죠. 다른 밭작물과 달리 보는 활짝 핀 연꽃을 보는 맛이 있어 다들 아주 좋아하세요. 연꽃이 지기 전에, 많이 놀러 오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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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근채로도 공급하는 박우성 생산자의 연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