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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좌충우돌, 과정을 즐기며 짓는 단호박 농사

2023.08.22 (화)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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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산애들공동체 김동연 생산자

저는 농사가 참 재밌어요. 다들 농사 참 힘들지 않냐 하는데, 농사지으며 겪는 어려움을 풀어 나가는 과정이 참 재밌거든요. 씨를 심으면 심은 대로 새싹이 올라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데, 내가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꽃이 피는 모양도 열매 맺는 방식까지 모든 결과물이 다 달라져요. 이런 게 농사의 가장 큰 매력 같아요.
최근 몇 해는 날씨 때문에 참 힘들었어요. 날씨가 계속 불규칙하게 변하고 예측이 어려웠죠. 아마 앞으로 더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그에 맞는 농사 방식을 찾는 수밖에요. 농사를 지으면서, 한 번도 제 맘처럼 농사가 딱딱 맞게 지어진 적이 없어요. 늘 좌충우돌하죠. 그걸 즐기며 농사짓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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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산애들공동체 김동연 생산자
포근포근 단맛이 좋은 미니단호박
제가 키우는 미니단호박 품종은 미니단이라는 품종이에요. 포근포근한 식감에 밤 같은 단맛이 특징이죠. 다른 품종에 비해 저장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에요. 올해는 기후 조건이 너무 좋지 않았는데도, 아주 달고 맛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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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를 견디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미니단호박
이상 기후로 대폭 줄어든 생산량
미니단호박은 까다롭고 예민한 작물은 아니에요. 대체로 무난하게 잘 자라죠. 그런데도 올해는 가장 어려운 조건이었어요. 너무 오래 비가 왔고 그친 뒤엔 폭염이 이어졌어요. 물에 잠긴 곳도 있고 산사태로 쓸려나간 밭도 있죠. 썩어버린 단호박도 많아서 생산량이 80% 정도 줄었어요. 흙에 묻힌 단호박을 꺼내어 닦고 선별하는데, 참 속상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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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쓸려나간 밭
활기 가득한 산애들공동체
최근 공동체에 새로운 식구가 늘었어요. 젊은 세대 두 농가가 합류했는데,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농가예요. 기준에 맞게 농사짓는 건 물론이고 친환경 농사에 대한 열심과 자부심이 있어요. 한살림이 좋아서 함께하기 시작했고 물품 이용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젊은 농가가 함께 하니까, 더욱 활기가 생기고 책임감 같은 것도 생겼어요. 젊은 농부가 더 많이 늘어나면 좋겠고 내 자녀 세대도 ‘한살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한살림 운동이 더 길게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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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만날 준비를 마친 미니단호박
어려운 환경을 이기고 자라 더욱 맛있어요
이런 말 하는 게 식상하겠지만, 제가 한살림을 정말 좋아해요. 농부 눈에는 안 예쁜 농산물이 없거든요. 모양이 조금 삐뚤어도 때깔이 좀 아쉬워도, 거칠고 촌스러워도 농부 눈엔 다 어여쁜 자식 같아요. 특히 올해는 어려운 환경을 이기고 자란 녀석들이라 그런지 유독 기특하고 맛있고 그래요. 그런데, 한살림 조합원들도 저와 마음이 비슷하신가 봐요. 울퉁불퉁하고 좀 못나 보여도 늘 믿고 이용해 주니까요. 그래서 꼭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