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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기준이 다른 한살림 사과

2023.08.07 (월)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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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햇빛공동체 손종욱 생산자
90년대 후반에 IMF가 터졌어요.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경기가 아주 어려웠고 사회 분위기도 좀 어두웠어요.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직장 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죠. 부모님은 영천에서 오랫동안 사과농사를 지으셨었는데, 당시엔 부모님 과수원에 다른 분이 농사를 이어 짓고 있었어요. 근데, 마침 그분이 농사를 그만하시겠다고 했어요. 땅이 비었고 누군가는 농사를 지어야 하니, 내가 한번 해보자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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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제를 쓰지 않고 손으로 풀을 베며 관리하는 사과 농장
깐깐함, 그 안에 담겨 있는 진짜 가치
친환경 농사에 관심이 있던 터라, 저농약 인증을 기준으로 사과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농약을 많이 쓰면 자연에도 해롭고 제 몸에도 해로우니까요. 정말 필요한 만큼만 쓰고 싶었거든요. 그러다가 영천지역 다른 한살림 농부들에게 가입 권유를 받았어요. 그렇게 한살림 생산자가 됐죠. 당시에도 한살림은 저농약 인증기준보다 더 까다롭게 관리했어요. 방제 횟수며 농약 종류며 제한도 많았고요. 이렇게까지 깐깐하게 하나 싶었는데, 어느샌가 그런 깐깐함에 동화가 됐어요. 이런 모습이 누군가에겐 신뢰할 수 있는 가치가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그게 제 마음에 콕 박혀서 지금도 한살림 농부를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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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럽게 익어가며, 조합원 만날 날을 기다리는 손종욱 생산자의 사과
따라올 수 없는 한살림 사과 맛
한살림 사과를 먹어보면 딱 느낄 수 있는데, 일반 사과보다 과즙이 많고 향과 맛이 더 풍부해요. 과육도 단단하고요. 그게, 사과를 키우면서 질소가 들어간 비료를 얼마나 뿌리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우리는 비료 사용량이나 주기를 깐깐하게 따져요. 일반 사과처럼 비료를 많이 주면 크기도 커지고 모양도 예쁘지만, 맛과 향은 한살림 사과를 따라올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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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햇빛공동체 손종욱 생산자
예쁜 모양보다, 어떻게 키우는가가 우리의 기준
올해 참 힘들다고 말하는 농가가 많을 거에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최근 3개월 동안 해가 떠 있던 날이 너무 적었어요. 날씨를 예측할 수 없으니 농사계획을 세우기도 힘들고 대비하기도 힘들었어요.
썸머킹, 아리수, 감홍, 그리고 부사 조금 키우고 있어요. 모두 참여인증 기준으로 키워요. 참여인증은 방제 횟수가 정해져 있는데, 방제하고나면 자꾸 비가 내리는 바람에 병충해 대비가 너무 어려웠어요. 일부 사과가 탄저병 조짐을 보여서 다 따버렸어요. 혹시라도 번질까 싶어서요.
봄철 꽃필 무렵에 찾아온 냉해 때문에 사과에 동록이 많이 생겼어요. 사과 겉면이 거칠어지고 색이 변하는 현상이죠. 호르몬제나 생장조절제를 쓰면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 기준이 사과가 얼마나 예쁜 모양을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 기준은 ‘어떻게 키우는가’에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과 사람에게 이로운 생산 방식으로 농사짓는 게 우리의 기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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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조합원에게 선보일 아리수 사과
마트 사과는 색도 예쁘고 모양도 동그라니 보기 참 좋죠. 근데 우리 한살림의 기준은 거기에 있지 않잖아요. 표면이 거칠고 좀 작아도 맛을 보면 다를 겁니다. 예쁘게 여겨주시고 귀한 마음으로 바라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