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초정공동체 나기창 생산자의 토종쌀 농사 이야기 2편
지난 5월, 한살림에서 알게 된 아홉 명의 동지와 함께 토종쌀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손으로 모내기를 했는데요, 하고 나서 보니 많이 삐뚤빼뚤하더군요. 그래도 함께 모아준 그 마음 덕에 올해는 즐겁게 농사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논 산책을 하고 있는 청주 초정공동체 나기창 생산자
벼농사에서 아주 중요한 6월
모심기를 하면 논은 금세 변합니다. 물이 가득 찬 논에서 벼는 금방 뿌리를 내리죠. 수온이 올라가면 눈에 보일 정도로 자라고 짙은 녹색으로 변합니다. 이때, 벼의 뿌리 끝에서 새로운 줄기가 나오기 시작하는데요. 이걸 농사 용어로 ‘분얼’이라 부릅니다. 그와 동시에 자라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잡초입니다. 벼가 분얼해 논의 수면을 좁게 만들기 전에, 잡초가 무성해지면 제어할 방법이 없습니다. 제초제와 우렁이를 안 쓰는 농부들에게는 더 치명적이죠. 그래서 농부는 6월의 논은 농부들에게 아주 중요합니다.
▲높낮이가 달라 한쪽에 잡초가 무성해진 나기창 생산자의 논
논물을 조절해 잡초를 억제하는 심수농법
논살림을 통해 알게 된 홍진희 생산자에게 논물의 수위를 조절해 잡초를 제어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심수농법이라고 하는데, 논물을 깊게 유지해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에요. 토종벼를 심은 논은 앞쪽이 얕고 뒤쪽이 깊다 보니 앞쪽에 잡초가 많이 자랐어요. 앞으로 피사리라고 하는 잡초 제거 작업이 필요해졌네요.
▲도롱뇽 알, 논생물이 그대로 살아있는 건강한 논
논 생물이 풍성해지는 시기
이 시기의 논은 벼와 잡초뿐 아니라 생물도 풍성해집니다. 개구리나 도롱뇽이 번식하며 낳은 알들이 벼에 걸치듯이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미생물이 풍부해져서 물자라, 물방개, 물장군, 풍년새우, 장구애비 등 다양한 논생물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6월 논은 어느때 보다 생동감이 넘칩니다. 논은 인위적인 공간입니다. 농부가 쌀을 수확하기 위해 갈고 물을 대고, 벼를 심은. 하지만 동시에 자연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손길로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논생물이 생태계를 일구며 지내죠. 이렇듯 단순히 생산하는 공간을 넘어설 때 논은 다르게 보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서로를 살리며 한살림을 만들 듯, 사람과 자연이 서로를 살리는 공간이 바로 논입니다.
싱그러운 ‘논뷰’를 만끽하는 계절
저는 논을 두 가지 방법으로 즐깁니다. 하나는 논 풍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쉼을 즐기는 것인데, 흔히 농촌의 풍경을 생각하면 산과 물을 떠올리지만, 자연스럽게 우리들 옆에 자리한 논이 농촌을 대표하는 풍경이라 생각합니다. 싱그러운 ‘논뷰’를 만끽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6월입니다. 다른 하나는 뜨거운 낮을 보내고 어둑한 저녁에 논 사잇길을 산책하는 것입니다. 논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개구리와 맹꽁이의 합창 소리, 흙 내음과 풀 내음까지. 나름대로 운치 있는 이 시간이 저는 너무 좋습니다. 산과 바다와는 다른 느낌, 평온함과 친밀함. 그것이 논이 주는 풍경이고 고향의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글/사진 청주 초정공동체 나기창 생산자
*나기창 생산자의 <토종쌀 농사 이야기>는 11월 추수 때까지, 매월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