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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인도 달리트 여성유기농협동조합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2023.03.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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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한살림 방문자들을 환영해주는 농민들

한살림은 2012년부터 약 11년간 한국희망재단과 함께 인도 남부 지역의 달리트 여성들과 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7일, 함께 연대해온 11년 동안의 과정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인도에 다녀왔습니다.

인도의 달리트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차별과 억압 속에 살아가는 ‘불가촉천민’ 계층입니다. 2020년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 이들을 지구상 가장 억압받는 민족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 한살림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인도 칸치푸람 지역의 달리트 여성들은 억압되고 종속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삶의 자립’이라는 희망을 만들기 위해 한살림의 생명농업 방식으로 그들의 삶의 터전을 가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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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유기농업상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농민

인도에서 만난 우리는 서로의 활동과 생각에 대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달리트 여성 농민들은 유기농업을 시작한 이후 자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져 가정 폭력과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 어떤 농산물을 심고 수확할지를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되어 다양한 채소를 재배함으로써 영양적으로도, 생태적으로도 훨씬 이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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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소개하는 농민

이번 교류 프로그램에서는 생명농업을 펼치는 유기농업협동조합이 운영 중인 전체 52개 마을 중 세 곳의 공동체를 방문해 인도의 생명농업 현장을 둘러 보았습니다. 공동체를 소개할 때에는 그들의 단단함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유기 농사를 시작할 때는 마을에서 목소리가 큰 남성들이 반대했지만, 여성들의 자립적 삶에 대한 열망으로 결국 설득하여 이루어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마을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직접 만드는 천연 비료에 대해 오랜 시간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 비료 덕분에 작물을 안전하게 재배할 수 있고, 토지 비옥도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이전에는 빈번하게 발생했던 농약 사고도 사라져서 아이들에게도 건강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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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마을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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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보여주는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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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자연 퇴비 사용법을 보여주는 농민들

달리트 여성들의 활동 현장 곳곳에는 한살림과의 연대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상급 카스트에 의해 모이는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했던 현실에서 벗어나 독립된 교육장을 설립했고, 전기 접근 권한이 차단되어 있던 상황에서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의 연대로 태양광을 이용한 패널을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또, 종자은행을 설립하여 종자주권을 회복할 수 있었는데요. 기존에는 종자 상인에 의해 주어지는 씨앗만 굉장히 비싼 값에 살 수밖에 없었지만 종자은행을 만들게 되면서 어떤 작물을 심을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주도권이 생겼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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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한살림과의 연대의 결과로 만들어진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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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종자은행에 남긴 한살림과의 연대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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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종자은행 씨앗 출납부에 새겨진 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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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교육장 옥상에 설치된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의 태양광 패널

여성 농민들은 최근 생명농업을 통한 삶의 자립으로 시작한 운동을 정치적 자립으로 나아가기 위한 활동으로 전개해나가고 있습니다. 2022년 진행한 한살림 조합원 모금 활동의 결과로 판차야뜨(마을의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요. 이 프로그램 덕분에 낯설고 생소한 정치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힘 있게 제안하고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해주었습니다. 이들은 정치 참여를 통해 가장 가난한 달리트 100가구에 주택을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볏짚을 벽돌집으로 개선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 여성 생산자는 판차야뜨에 진출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치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이 직접 변화를 만들어야 하고, 만들어낼 것이라는 다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한살림운동과 인도 여성들의 자립을 위한 열망이 만났을 때, 국제적인 생명운동의 실현이 가능함을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인도 달리트 여성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서로의 삶의 터전에서 생명력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활동에 연대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종자 주권의 상실, 기후위기와 같은 국제적인 위협에 맞서 민중의 주도적이고 자립적인 삶을 지향하고자 하는 운동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먼 나라 인도에도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 운동을 함께하는 든든한 파트너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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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자신들의 밭을 소개하는 농민들

한살림의 국제연대는 선진국의 경제 개발 모델을 이식하는 공적개발원조가 아닌, 각자의 경험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자립적 삶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민중교류’ 활동입니다. 지난 11년간 인도 달리트 여성들의 운동에 마음을 모아 연대해주신 조합원·생산자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한살림의 생명농업으로 존엄한 삶의 자립을 추구하며, 사회·정치적 자립으로 나아가는 인도 달리트 여성농민들의 걸음에 힘을 모아 힘차게 연대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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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참가자 단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