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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고구마 수확 후 왜 호밀을 심냐면요

2022.12.15 (목)

조회수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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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생기찬공동체 한기백 생산자
안녕하세요! 무안 생기찬공동체 한기백 생산자입니다. 겨울 대표 간식 고구마. 요즘 고구마 많이들 드시죠? 저희 고구마는 이제 곧 한살림에 공급될 예정이에요. 지금 고구마밭은 10월 마지막 수확을 모두 마치고 11월에 호밀을 심어 갈아엎어 준 상태입니다. 애써 심은 호밀을 왜 갈아엎냐고요? 내년 고구마 농사 준비의 일환인데요. 같은 작물을 오랫동안 같은 땅에서 재배하면 땅심이 약해지기 때문이에요. 매년 똑같은 영양분만 흡수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겨울마다 꼭 다른 작물을 심어준답니다. 호밀로 땅에 새로운 영양분을 공급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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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량은 적어도 여전히 맛있는 고구마
올해는 수확량이 좋지 않았습니다. 한창 고구마가 뿌리 내릴 시기인 5월 한 달 내내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았거든요. 이렇게 가뭄을 겪고 나면 굼벵이 피해도 생기죠. 그래도 고구마는 여느 때처럼 건강하고 맛있게 자라주었어요. 수확한 고구마는 무려 5번에 걸쳐 큐어링을 마쳤습니다. 고구마를 35도에 습도를 높여 4일 정도 보관해주면 자가호흡을 하며 전분을 당으로 변화시킨답니다. 촉촉하고 달콤한 고구마는 이 큐어링(숙성)을 통해 완성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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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고구마가 맛있는 이유
전남 무안은 황토로 유명해요. 미네랄과 게르마늄 성분 때문에 더 맛있는 고구마가 생산된다고 알려져 있죠. 저희 밭은 황토와 마사토가 섞여 땅이 보슬보슬하답니다. 이렇게 통기성 좋은 밭에 심어야 모양이 예쁜 고구마를 수확할 수 있어요. 환경도 환경이지만, 맛있는 유기농 고구마를 생산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해왔어요. 인삼, 한약재, 스테비아 등 작물 성장에 도움을 주고 환경,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자재들을 사용해봤어요. 그중 가장 괜찮았던 방법들만 골라 농사에 적용하고 실제로 맛에 영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사까지 의뢰해두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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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도전 그리고 활착
부모님은 30여 년 전부터 집 앞 4만 평의 땅에서 농사를 지어오셨습니다. 저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농사를 도와드렸죠. 무려 5살 때부터 트랙터 위에서 놀 정도였으니까요. 이후 방송일에 관심이 생겨 진로를 준비하면서도 ‘40살쯤부터는 나도 농사를 지어야지’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죠.
하지만 준비하던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아 고향에 가서 가을 수확을 도와드리며 앞날을 다시 고민했죠. 때마침 청년 농업인 육성 붐이 일어난 것을 보고는 조금 더 빨리 농부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했어요. 부모님께 농사를 제대로 짓기 위해서 한 번 더 대학에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리고 한국농수산대에 식량작물학과로 들어갔죠. 사실 부모님은 제가 농사짓지 않고 취업해서 직장인으로 살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네가 무슨 농사냐’ 하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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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전보다 더 부모님과 친밀해졌어요. 함께 농사짓는 동료로서 대화도 많이 나누고 함께 땀 흘리는 시간도 많아졌거든요. 다만 부모님의 부지런함을 따라갈 수 없어 걱정이에요. 주 7일 쉬는 날 없이 일하시면서도 제가 잠깐 쉬는 사이 아버지 모습이 보이지 않아 어디 가셨나 두리번거리면 금세 텃밭에 가서 또 일하고 계시고는 하거든요.
친환경 농부이자 아빠의 자부심
20년 전 아버지께서 친환경 농사를 먼저 시작하셨어요. 고구마를 농사짓기 전에는 채소 농사를 지었는데, 여름 방학 때마다 누나들과 함께 열심히 약을 치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는 농약도 독해서 일하고 나면 머리가 다 띵했죠. 그때 아버지는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마음먹고 농약을 덜 필요로하고 경제성이 더 좋은 고구마를 선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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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규모를 늘리지 않고 지금까지 소중히 가꿔온 밭에서 맛있는 유기농 고구마를 생산하려고 해요. 물론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요. 2014년 한살림 생산자가 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정적이고 든든한 거래처가 되어주거든요. 덕분에 앞으로 친환경 농사를 계속 지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죠. 어느새 저는 농부이자 아빠가 되었어요. 둘째가 곧 세상에 나온답니다. 아이가 생기니 욕심도 많아지고 친환경 농부의 자부심도 더 강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