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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칼럼] 쌀이 왜 우리 농업의 뿌리일까

2022.09.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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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햅쌀, 잘 만나고 계시지요?
전국 쌀 생산지들로부터 올해 수확한 햅쌀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조합원님들 밥상에서도 반갑게 만나고 계시는지요. 올해 유난히 빨랐던 추석 때에 맞추느라 수확에 좀 바빴는데, 9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공급이 되니 맛있게 드시면 좋겠습니다. 쌀을 보면 한 톨 한 톨에 한해의 시간을 오롯이 담고 있다는 생각에 하늘과 땅과 사람이 같이 짓는 농사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풍년을 걱정이라 읽는 농부들
한살림에서 농산 업무를 오랫동안 맡아 오면서 쌀이 우리 농업의 기본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다음 해 생산량과 가격을 이야기하는 쌀값결정회의를 준비하고 열 때도 그 속에서 힘이 나고 에너지를 얻었던 적이 많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쌀 풍년이어도 생산자들과 마음 놓고 기뻐하지 못한 지 오래인거 같습니다. 올해도 한창 수확하고 기뻐해야 할 시기에, 전국 쌀 생산자들이 쌀값 폭락에 항의하며 시위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을 언론을 통해 접하셨을 것입니다. 한살림도 이런 상황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쌀값은 `21년 8월을 기점으로 20kg 기준 국내산이 59,000원까지 상승하다가 생산량 과잉으로 `22년 8월에는 47,000원으로 약 20%가량 떨어져 햇곡 수확을 앞 둔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까지는 농업인구가 44.7%로 농업생산 비중이 높아 농업국가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제 성장과 시장 개방의 그늘로 농업은 빠른 속도로 축소되어 왔습니다. 이에 따라 2020년 농가인구는 4.3%로 감소하였고, 곡물자급률은 22.5%로 수입 의존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농업 경지면적도 1970년 2,239,692ha에서 2021년 1,546,717ha로 692,975ha(30%)가 줄어들었습니다.
전체 경지면적 중에서 논은 780,440ha로 51%를 차지합니다. 정부에서는 논에서 밭농사를 지으면 밭작물 전환 직불금을 지급하면서 쌀 생산량 감소를 유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태풍이나 장마 등으로 쌀 생산량의 변화는 가격 상승과 가인 인하의 진폭이 매우 커져 농업생산안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줍니다. 최근 3~4년에는 생산량이 소폭 감소만 되어도 쌀 가격이 오르고, 약 10%만 생산량이 증가하여도 적체 현상이 심각해집니다.
밥없는 밥 말고 밥다운 밥으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수출입과 왕래가 막히는 것을 경험하며, 최소한 먹을거리는 수입이 되지 않아도 우리 땅에서 해결이 가능해야 하고 그것이 바로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인식한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1990년대만 해도 약 500만 톤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식생활 변화로 우리나라 1인당 쌀 소비량은 50년간 무려 78.7kg, 약 58%나 줄어들었고, 육류소비량은 49kg으로 9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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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통계청,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우리 식생활이 육식 중심으로 변한 거니 어쩔 수 없다고 쉽게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식생활은 과연 누가 바꾸는 걸까요? 바로 우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위험한 식생활을 다시 바꾸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소중한 것은 지켜야 합니다. 쌀을 비롯한 우리 땅에서 자란 것들의 소중함을 안다면 이를 아끼고 지키기 위해 내 식습관을 조금만 바꾸는 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기후위기 시대, 코로나팬데믹 시대를 사는 우리의 지혜로운 선택일 것입니다.
식생활 변화의 변화를 만들어요
아무리 쌀 소비가 줄어도 1년 365일 밥이 없는 식탁을 상상할 수는 없습니다. 농경지 중에서 논이 51%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쌀이 주식입니다. 소비 감소라는 이유로 벼농사를 줄여 논을 없애고 육류와 밀가루의 소비만 계속 늘어난다면 결국 우리농업은 사라지고 수입에만 의존하게 되어 쌀까지 수입해서 먹어야 하는 식량종속국이 될 날이 머지않은 미래입니다.
우리는 우리 땅에 난 것들을 안전하게 계속 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쌀을 많이 이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스스로 만들어온 식생활 ‘변화의 변화’를 다시 현실로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조합원들의 지혜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쌀은, 지켜야 합니다.

글: 한살림 농축산본부 기충연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