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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벼농사의 지혜와 농법을 소개합니다.

2022.06.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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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산연합회 인주지회 정선섭 생산자의 생산현장
한살림 벼농사의 대표 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산연합회 인주지회 정선섭 생산자님을 만난 자리에서 육득신일(六得辛日)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접했다. 음력 정월 초하룻날부터 6일째에 신(辛)이 닿으면 육득신일(六得辛日)이라고 한다. 득신(得辛)은 곡식이 성숙하는 기간의 장단(長短)을 말하는데, 신(辛)이란 자의(字意)를 보면 금(金)의 뜻이고, 신금(辛金)의 금(金)이란 곡식의 결실과 내용 물질을 단단하게 하는 뜻을 내포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그 해 농작물의 작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벼의 개화 기간이 너무 길면 풍해와 충해가 많이 발생하고, 너무 짧으면 일조량이 적어 결실을 제대로 하지 못해 흉년이 들게 된다는 말이다. 또 정월 초하루부터 다음의 첫 진일(辰日)이 되는 날까지를 세어 가뭄과 장마를 예고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5일째에 진일(辰日)이 오용치수(五龍治水)라 하고, 8일째에 닿으면 팔용치수(八龍治水)라 하는데 용(龍)이 적으면 가뭄이 심하다고 본다. 2022년은 칠득신일, 팔용치수에 해당한다. 벼의 적정 개화 기간은 4일에서 6일 사이로 오일득신이 가장 좋고, 삼일득신과 칠일득신은 평년작이라고 해석이 된다. 팔용치수는 여덟 마리의 용이 물을 다스리니 비와 바람이 작년보다는 적을 것이나 평년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상되니, 후기날씨가 좋아야 하고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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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양의 양분을 높이는 녹비작물 헤어리베치로 둘러쌓인 아산 정선섭 생산자의 논
[ 아산 : 자연재배 무투입농법 ]
정선섭 생산자는 벼 친환경농법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유기재배에서 구멍이 많은 모판을 사용함으로써 양분과 수분 흡수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종자소독은 온탕침지법 대신에 유황을 넣은 찬물에 48시간 담는 방법을 활용한다. 파종기를 이용하지 않고 하우스 바닥에 모판을 깔아놓고 파종과 육묘를 한다. 유박 등과 같은 수입원자재 투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순리에 맞는 자연재배 무투입 농법은 정선섭 생산자가 오랫동안 해 오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볏짚을 투입하고 쌀겨를 환원하는 방식으로 7년 정도 시행을 하면, 지역과 토질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유기농지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정선섭 생산자와 아산 생산자들이 작년부터 새롭게 시도하는 농법이 있다. 일본의 이하라 유타카 씨가 제창한 ‘헤 자형 벼농사’, 우리 말로는 ‘ㅅ자형 벼농사’가 그것이다. 벼의 생리를 이용해 최대한 본성을 잘 발휘하도록 하는 농법으로, 모내기를 하고 한 달 후에 첫 거름을 주고 이삭거름을 별도로 주지 않는다. 첫 거름으로는 질소함량이 높은 입상질비료를 사용하는데, 초기에는 거름을 주지 않고 든든하게 키우고 후기에 적정 시비를 하는 농법이다. 벼가 웃자라지 않고 벼 마디가 길지 않아 이상기후나 태풍에 의해 발생하는 도복에 강한 벼로 키울 수 있다. ‘ㅅ자형 벼농사’는 측조시비에 비해 떡잎이 살아 있고, 이삭이 고르게 완전히 출수하여 야물게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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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야생 황새가 찾아오는 예산 광시면 황새생태마을의 논
[ 예산 : 포트 육묘법 ]
예산 광시면의 황새생태마을 예비공동체는 논생물을 섭식하는 황새가 야생에서 스스로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황새권역센터에 속해있다. 마을 곳곳 웅덩이에는 멸종위기 생물들이 서식하며 다양한 도농교류와 생태학습장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지역은 벼 재배를 포트육묘 방식으로 진행한다. 전용 포트에 3∼5개씩 파종하여 일반 모판 벼의 25일 육묘보다 긴 30∼35일 육묘를 하여, 20cm 이상 성묘로 모내기를 하고 있다. 이 방법은 모판 방식에 비해 볍씨는 60%, 상토 35%를 줄일 수 있어 비용이 절감된다. 뿌리가 끊김 없이 모내기 후에 빠른 활착이 이루어지고, 생육이 좋고 강건해 병해충과 도복에 강하다. 상자를 평면으로 깔아놓아야 하므로 육묘 면적이 필요하고 농작업이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6월 초에 짱짱한 모를 심어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농법이다. 특히 생육후기의 집중호우나 태풍에 의한 도복으로 인해 수량과 미질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사진 및 원문출처: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소식지 5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