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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욕심을 버려야 살구가 맛있어져요

2022.05.27 (금)

조회수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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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화 의성 청암공동체 생산자
안녕하세요. 복숭아, 자두, 살구를 재배하는 청암공동체 조영화입니다. 6월 말이면 살구 수확이 시작됩니다. 살구는 작년부터 키우기 시작했는데 동해 피해를 보는 바람에 수확량이 적었어요. 올해는 전체적으로 열매가 많이 달려 충분히 수확할 것으로 예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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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달린 열매를 왜 따버리냐고요?

요즘은 적과 시기에요. 과수원에서는 꽃봉오리를 따내는 적뢰, 꽃을 따내는 적화, 알을 솎아내는 적과 작업이 중요해요. (복숭아의 경우) 한 가지에 하나의 열매만 남겨야 달고 예쁜 과일을 수확할 수 있고 가지가 부러지는 것도 예방할 수 있거든요. 열매를 너무 많이 달면 나무가 힘들어하죠. 올해는 가지 하나에 달린 10개의 열매 중 9개는 솎게 될 정도로 열매가 많이 달렸어요. 작업량이 많아서 일꾼이 필요한데 인건비도 오르고 사람도 없어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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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보드라운 어릴 적 추억

과수원을 시작한 지 30년쯤 되었어요. 그전에는 의성 특산품인 마늘 외에도 한우, 벼, 고추, 한약재 등을 농사지었죠. 그런데 제게 한살림을 권유하던 분이 이 지역에 잘 없는 과수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우리 어렸을 때는 복숭아가 참 귀했어요. 전문 농가가 없고 밭둑에 한두 그루 심어 두는 정도였죠. 친구들과 계곡에서 물놀이하고 돌아오는 길에 복숭아를 서리하다 혼쭐이 나고는 했어요. 그때 그 기억 때문인지, 맛있는 복숭아를 직접 재배해보고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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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린재 출입 금지!

요즘 과수원의 천덕꾸러기는 바로 노린재에요. 노린재가 과실의 즙을 빨아 먹으면 그 과실은 떨어져 버리거나 모양이 뒤틀리고 표면이 울퉁불퉁해져요. 친환경 과수원에서는 강력한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으니까 이런저런 머리를 굴리게 되죠. 노린재는 아예 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그래서 냄새가 독한 크레솔을 희석해서 병에 담아 여기저기 걸어놓고 과수원 가장자리를 따라 코스모스를 심어 두었어요. 둘 다 노린재가 싫어하는 냄새거든요. 덕분에 가을이 되면 우리는 예쁜 코스모스를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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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과 밭 사이에 벌레가 싫어하는 은행나무도 심어 두었어요.
평생 한살림 농사꾼 하려고요

한살림 생산자가 되기 전에는 내 농사에 자부심도 없었고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참 행복해요. 내가 농사지은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사람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라서 자연과 벗하고 살아야 해요. 이런 제 신념을 알아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예전에는 생산자가 직접 배달하는 일이 많았어요. 어느 날 매장에 배달하러 갔는데 활동가 한 분이 “농사짓느라 고생이 많으셔요.”하고 빙긋 웃으며 커피를 한 잔 내주셨어요. 그전까지는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죠. 여기가 세상 사는 곳이구나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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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은 그런 일도 있었어요. 자두가 우박을 맞아 엉망이 된 해였죠. 다 버릴 수는 없어서 최대한 상처가 덜한 자두를 골라 편지 한 장과 함께 박스에 담아 공급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아 속상한 제 마음을 담은 편지였죠. 며칠 후 조합원이 전화를 주셨어요. 편지를 읽고 나니 위로 전화를 하고 싶었다면서 고생하셨다고, 행복하게 잘 먹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결과와 상관없이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는 나만 알잖아요. 그런데 누군가 그 노력을 알아주고 격려해준다는 것이 정말 큰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그때 ‘나는 평생 한살림 농사꾼으로 살리라’ 마음먹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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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과일이 다 소비되지 않아 시중 출하를 한 적이 몇 번 있어요. 그런데 한살림 농산물을 가지고 일반 유통을 하면 천대를 받고는 해요. 그들의 기준에 맞춰 키운 농산물이 아니니까요. 전량 이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더 많은 분이 애써서 키운 우리 농산물 드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올여름 맛있는 살구, 자두, 복숭아 많이 이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