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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벌의 실종과 한살림 꿀 생산 전망

2022.05.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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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생산조직은 지역이나 마을에서 공동체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봉봉공동체는 자연에 가장 가까운 방식에 맞춰 벌을 기르고, 벌의 공동체 생활에서 배우며 실천하는 한살림의 오랜 생산공동체이다. 봉봉공동체는 선산, 상주를 중심으로 보은, 충주, 원주, 정선 등 태백산맥을 따라 이동 양봉을 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이상기후로 인해 2018년과 2020년에 벌꿀 생산은 흉년이었다. 아카시아 벌꿀은 평년작인 150군(1군=18,000∼20,000마리) 15드럼(1드럼≒280kg) 생산을 기준으로 볼 때,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3.5드럼과 5.8드럼이 생산되었다. 아카시아 벌꿀이 줄어드는 이유는 이상기후로 인한 개화기 냉해, 잦은 비, 꿀 없는 꽃, 개화 시기의 불안정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그런데 2022년 봄 월동 벌꿀이 집단으로 실종되고 있다는 양봉 농가들의 신고가 잇따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당국과 지자체가 실태조사를 진행하였고, 전국적으로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에따라 꿀벌이 생산하는 꿀의 양에 대한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화분을 매개하는 벌의 감소로 1차 농작물의 생산이 줄어들어 식량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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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봉봉공동체 이재규, 한영호 생산자 모습
최근 3년간 일반 꿀벌의 월동 성공율은 82.6%(폐사율 17.4%)인데 비해, 올해 폐사율은 19.98%로 조사되면서 벌집군집 붕괴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꿀벌 실종 추정 원인으로는 이상기상, 꿀벌 응애류, 화학농약(살응애제)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이상기후가 가장 큰 원인
벌의 실종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이상기후라는 데는 대부분의 전문가와 양봉농가가 동의한다. 작년 11월∼12월에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9∼10월보다 높은 기온이 12월 중순까지 지속하면서 벚꽃, 홍매화 등 봄꽃이 발현되었다. 꽃이 피면서 월동할 벌들이 꿀을 따러 나가게 되고, 노화한 벌들이 일하러 갔다가 체력이 바닥나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일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여왕벌과 애벌레가 폐사하게 되는 것이다. 또 봄 개화기 이상기온으로 인한 꿀벌 활동 부족도 원인으로 꼽힌다.

■ ‘응애약제’ 피해
꿀벌에 기생하는 진드기인 응애는 꿀벌의 최대 천적이다. 그러다보니 농가에서는 응애약제를 수시로 사용하는데, 분무기를 사용하거나 물에 타서 방제한다. 문제는 응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용한 약재가 월동 전 꿀벌 발육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찰이 어려운 응애류의 발생을 농가에서 인지하지 못했고, 지난해 적기 방제가 미흡해 월동 일벌 양성 시기에 응애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월동 꿀벌의 약화(弱化)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 화학농약 피해
드론 방제 등으로 인한 화학농약 피해도 꿀벌 실종의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봉군 인접지에 드론을 이용한 화학농약 방제가 증가하면서, 살충제에 사용되는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에 꿀벌이 만성적으로 노출되면서 기억력 감소, 방향감각 상실, 수명 단축, 비행능력이 떨어지게 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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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월동기에는 꿀벌의 17.4%가 줄어드는데, 올해 전국의 꿀벌 피해 군수는 19.98%로 평균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와 비교해 보면, 한살림 꿀벌의 평균 월동 실패율은 15∼17% 정도이다. 그런데 2022년 월동 실패율은 26.2%에 달한다. 한살림 꿀벌의 월동 실패율은 전국의 꿀벌 실패율보다 9% 이상 높은 것이다.

한살림 꿀벌 월동 실패율 증가가 일반 꿀벌보다 높게 나타나는 요인은 분명히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일반과 마찬가지로 이상기후이다. 작년 11월에 날씨가 따뜻하자 일벌이 밖에서 화분을 계속 들여오고, 여왕벌은 산란을 계속했다. 또 여왕벌이 산란을 계속하면 일벌이 밖으로 나가 일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구름이 낀다든가 비가 와서 기온의 변화가 있으면 일벌이 귀소하지 못하게 되고 벌통에는 애벌레와 나이 든 벌들만 남게 되면서 세력이 약화한 것이다. 군봉 주변 농지에 일반농가가 드론으로 뿌린 화학농약(원액)이 꿀이나 화분에 묻어 벌통 속으로 들여와 벌에게 피해를 주는 원인도 있다. 또한 꿀벌 진드기응애는 벌에게 치명적인 충해다. 한살림은 친환경 약제를 사용하여 응애를 방제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일반 양봉에 비해 방제 효과가 낮아 꿀벌 폐사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올해 한살림 아카시아 벌꿀의 생산량은 평년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월동 실패로 인한 부족한 봉군은 벌통 구입을 통해 채밀군을 늘였으며, 기존 회원 이외에 지역별로 예비 생산자를 배치하였다. 고착화되어가는 이상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꿀벌 안정증식을 위한 사양 관리 및 바이러스, 응애 등의 병충해 방제 대책 마련이 조직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소식지 5월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