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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칼라방울토마토를 기다려주세요!

2022.05.13 (금)

조회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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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홍 청주 뿌리공동체 생산자
안녕하세요! 청주에서 칼라방울토마토를 생산하는 김상홍 생산자입니다. 보석처럼 빛나는 오색 칼라방울토마토가 이제 막 익기 시작해요. 하루하루 지날수록 익어가는 속도가 빨라져서 생산자도 덩달아 바빠지는 시기죠. 29년째 농사를 지었는데도 모든 고생이 보답받는 듯한 이 순간에는 밭을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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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방울토마토의 제 속도
올해는 농사에 큰 문제가 없었어요. 연초에 추위 때문에 피해가 조금 있었죠. 혹시 그런 적 있으세요? “마트며 시장이며 다른 매대에는 방울토마토가 줄줄이 나오는데 왜 한살림에는 아직 없지?” 한살림 생산자는 하우스에 불을 때지 않아요. 날씨가 따뜻해져야 씨에서 싹이 올라오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계절에 맞춰 재배하다 보면 남들보다 늦을 수밖에 없거든요. 사실은 늦은 수확이 아니라 진짜 제철 수확인데 말이에요.
그래도 기다려주시는 조합원을 위해 조금이라도 빨리 키우려고 더 이른 시기에 씨앗을 심어 모종을 준비하는데 그러다 추운 날씨에 냉해를 입거나 병에 걸리기도 해요. 하우스를 3중으로 짓고 지하수로 조금 따뜻하게 해주어도 마찬가지죠. 제때 자란 토마토가 환경에도 내 몸에도 맛도 좋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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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사랑이 필요해요
다른 작물도 대부분 그렇지만, 첫 수확 이후 시간이 갈수록 인기가 떨어져요. 그런데 방울토마토는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수확량이 많아져서 6월쯤 되면 걱정이 많아진답니다. 그렇다고 유통과정을 위해 익지 않은 방울토마토를 수확하지는 않습니다. 따서 바로 먹어도 맛있을 때, 그때 수확해야 진짜 맛이 나거든요. 조합원분들께서 간혹 터진 방울토마토를 발견하시게 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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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토마토는 활용도가 참 좋아요. 손질이 간편하니까 씻어서 입이 심심할 때마다 먹거나 샐러드나 파스타, 콩국수에 곁들여 먹어도 좋죠. 조합원님, 더 오래도록 꾸준히 사랑해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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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공동체의 자랑, 3040 농부!
청주 뿌리공동체는 총 18명인데 그중 20·30세대가 반이나 된답니다. 농촌에서는 정말 보기 드문 귀한 세대라 우리 공동체의 자랑이기도 해요. 부모님이 한살림 생산자인 후계농이 많은데 아마 행복하게 농사짓는 모습을 자녀가 보고 자란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꼭 모인답니다. 한살림 운동의 가치와 기후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또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활력 넘치는 공동체가 될까 고민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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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즐거움이고 행복이에요
저는 사실 한살림 생산자였던 매형의 꾀임(?)에 속아 친환경 농사를 시작했어요. 매형은 친환경 농사가 월급쟁이보다 훨씬 낫다고 했죠. 처음에는 쌈채소를 생산했는데 어찌나 힘들던지요. 그래도 계속하다 보니 노하우도 생기고 수입도 늘어났어요. 지금은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죠.
저와 집사람은 항상 농사를 즐기려고 해요. 몸을 많이 쓰면서 내 신념까지 지켜가며 하는 일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면 결코 즐거울 수 없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계획을 잡아놓고 농사를 짓는답니다. 그 결과, 저는 지금도 봄에 뿌린 씨앗에서 작은 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볼 때 너무나 행복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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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수 있는 건 오직 기다림
아들이 언젠가부터 자기도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권유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작년에 1년간 월급을 주면서 제 농장에 수습생으로 취직시켰어요. 며칠 하다 그만둘 거면 애초에 오지도 말라는 따끔한 말과 함께요. 올해부터 아들이 독하게 마음을 먹고 토마토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하우스가 바로 옆인데다 오랫동안 토마토를 재배해본 제가 있으니 함께 할 만한데도 저희는 완전히 따로 농사지어요. 저는 밭을 오랫동안 보아온 경험의 눈만 빌려주고 말로 조언만 해줄 뿐이죠. 이렇게까지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저는 아들이 스스로 경험하고 터득했으면 하거든요. 누군가가 대신 해주면 절대로 배울 수 없는 일이에요. 저희 매형이 저를 기다려주었듯, 저도 따뜻한 마음으로 아들을 기다리려고 해요. 언젠가 제게 ‘아빠, 그건 이 방법이 더 낫더라고요.’하고 조언할 날도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