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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4~5월은 유기농 매실 파수꾼이에요

2022.04.22 (금)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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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한 광양 한울타리공동체 생산자
안녕하세요! 전남 광양에서 유기농 매실을 농사짓는 최창한 생산자입니다. 저는 1995년부터 농사를 지었어요. 2000년도쯤 사극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허준’ 기억하세요? 그때 매실이 소개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답니다. 저도 그때 매실 농사를 시작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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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 주산지는 광양, 순천, 하동 등 따뜻한 남쪽이에요. 제가 농사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생명농업을 실천하시던 김진석 목사님을 주축으로 남부 친환경 매실 농사 공동체가 생겼답니다. 광양 매실 생산자 중에 젊은 사람을 찾아다니셨다는데, 제가 그때 30대로 젊은 편이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농사를 지은 지 벌써 30년이 다 되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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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을 집 삼아 크는 녀석, 씨살이좀벌
지금은 꽃이 지고 열매가 달리는 시기에요. 가장 신경 쓰이는 때죠. 한 10년 전부터 ‘씨살이좀벌’이라는 해충 때문에 전국 매실 농부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거든요. 이 녀석은 열매가 작을 때 과육 속에 침을 꽂고 알을 낳아요. 유충이 과육을 야금야금 먹으면서 매실을 집 삼아 크는 셈이죠.


피해를 본 매실은 어느 정도 익으면 겉면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썩어요. 어떤 것은 반쪽이 아예 없어지고, 나중에는 나무에서 뚝 떨어져 버려요. 청매실은 수확할 때 멀쩡해 보이다가도 하루 이틀 만에 못 쓰는 매실이 되기도 해요.

씨살이좀벌 피해로 작년에는 반 정도밖에 수확을 못 했고요, 더 심할 때는 30%밖에 수확을 못 한 적도 있어요. 6~7년 전에는 전국에 피해가 너무 커서 매실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하지만 바이러스가 아닌 해충이니까 어떻게든 극복해보자 마음먹고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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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마음 졸이는 계절, 봄
씨살이좀벌은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철저히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관행농법은 2주간 독한 농약을 써서 방제를 마치지만, 저는 한살림 생산자로서 고민을 더 많이 해요. ‘어떤 친환경 약을 어떻게 사용하는 게 안전할까? 과수원 전체에 그물망을 덮어볼까?’ 하면서요. 요즘도 3일에 한 번씩 거의 보초를 서다시피 하며 해충을 쫓아요. 주변에서는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며 혀를 끌끌 차기도 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지금까지 유기농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농사지어온 제 신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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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과 시도로 맺는 열매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하다 보면 ‘더 이상 알아야 할 게 있나? 이 정도면 됐지!’하며 계속해오던 대로만 하게 되죠. 하지만 농부는 새로운 시도를 멈추면 안 돼요. 올해는 씨살이좀벌 방제를 다르게 시도하고 있어요. 수확을 모두 마쳐봐야 수확량이 어땠는지 결과를 알겠지만, 그래도 한살림 생산자를 믿고 기다리는 조합원분들을 위해 하나씩 시도해보며 매년 유기농 매실 농사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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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과 섬진강으로 둘러싸인 과수원이에요. 해가 잘 들고 밤과 낮 기온 차가 커서 향기롭고 맛 좋은 매실이 열린답니다.


황매실청 과육까지 알뜰하게 먹는 팁!
황매실로 청을 담그면 청매실보다 새콤한 맛은 덜해도 즙이 많아서 더 달콤하고 향기롭죠! 하지만 장아찌를 못 먹는 게 아쉽기도 하고 청을 거를 때 알맹이를 다 버려야 해서 아깝잖아요. 황매실청 건더기까지 알뜰하게 먹는 좋은 팁을 알려드릴게요! 청을 거를 때 씨앗을 따로 모아서 주물러주면 남은 과육이 분리되는데요. 젤리처럼 쫀득쫀득하고 새콤달콤해서 통에 담아두고 밥 먹을 때 깨소금만 뿌려 우메보시처럼 먹으면 참 좋답니다. 입안이 개운해지거든요. 올해는 황매실 장아찌 꼭 드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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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농사의 가치
오래전부터 시골 농부가 꿈이었어요. 도시에서 생활하던 중 아버지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농사일을 도와드리려 한 달 동안 농장에 머물렀는데, 전부터 꿈꿔온 하루하루가 쌓여 1년이 되고 10년이 되었죠. 농사는 마음대로 시간을 활용한다는 점이 좋아요. 내가 열심히 가꾼 만큼 쑥쑥 자라는 작물을 보면 가슴 벅찰 만큼 기쁘고요. 물론 수확할 때는 항상 일손이 달려서 불평이 절로 나오죠. 그래도 한살림을 통해 계약재배처럼 유통하니까 수확량만 나쁘지 않으면 수입도 안정된 편이고 보람이 있어요. 조합원과 함께한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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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살이좀벌 피해를 본 매실을 하나하나 골라내지만, 출하 후 하루 이틀 뒤에 갈변하는 경우도 있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어요.



농부의 로망, 정원 그리고 친구
요즘은 짬짬이 아기자기한 정원을 만들어요. 사실 제가 꽃을 좋아하거든요. 매년 봄에 묘목 시장에 가면 전국 모든 꽃을 다 심고 싶다는 소망이 생겨요.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고 농촌의 삶을 꿈꿨으면 좋겠어요. 농촌 고령화가 심해서 저는 종종 외로울 때도 있거든요. 젊은 사람들이 우리 마을에 와서 함께 친구처럼 지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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