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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함께 만든 쓰레기 문제,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2021.06.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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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6월호(645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우리는 모두 쓰레기 생산자다. 하지만 저기 버려져서 환경을 해치는 쓰레기가 본디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외면하고 살다 보면 자연스레 화살을 다른 이에게 돌리게 된다. 생산자는 깔끔하게 분리배출하지 않는 소비자를, 소비자는 애써 내놓은 재활용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재활용업체를, 재활용업체는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로 만들어 내지 않은 생산자를.
우리 모두는 쓰레기 문제의 원인이자 피해자이기에 ‘지금부터’, ‘함께’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문제의 원인을 풀어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이, 바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다.
쓰레기 통역가이자 해설가의 길

홍수열 소장은 요즘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다. 그의 다이어리에는 5월 한 달간 매일 서너 개의 약속이 꽉 차 있었다. “지금 인터뷰가 오늘의 다섯 번째 일정이에요. 하하.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그만큼 많아진 거죠.”

일회용품 쓰레기와 의료 폐기물 급증부터 경기침체로 인한 재생원료 가격 급락까지. 코로나19는 가뜩이나 위태로웠던 쓰레기 문제를 벼랑 끝까지 내몰았다. 쓰레기 문제는 심각한데 해결책을 제시할 사람은 극소수다. 쓰레기 전문가인 그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유다.

“한 분야에서 최소 10년 이상 지켜봐야 보이는 문제들이 있는데 시민사회 영역에서는 그런 전문가가 나오기 쉽지 않아요. 게다가 환경 쪽의 경우 탈핵이나 생태 등 특정 영역에 자원이 몰려 있어서 쓰레기 쪽은 황무지나 다름없죠.”

홍수열 소장은 그의 표현대로 ‘황무지 길’만 20년 넘게 걸어왔다.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다 환경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석사논문 주제를 폐기물로 정하며 본격적인 쓰레기 전문가의 길에 들어섰다. 졸업 이후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현 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 11년간 활동가로 일한 그는 2014년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를 세웠다. 쓰레기 ‘통역가’이자 ‘해설가’로 역할하기 위함이었다.

“시민단체 활동가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우리 사회가 참 소통이 안된다’고 느꼈어요. 배출하는 소비자와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 그리고 물품을 생산하는 측과 선별하는 측이 저마다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니 갈등만 쌓이더라고요. 중간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상대에게 풀어서 전달하는 ‘쓰레기 통역가’의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연구소를 세웠죠. 나아가 ‘쓰레기 해설가’ 역할까지 하려 해요. 쓰레기 문제는 사회적, 역사적 맥락이 중첩되어 발생한 것인데 정부는 당면한 문제 해결에만 급급하거든요. 쓰레기 문제에서만큼은 진득이 지켜보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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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아닌 우리의 안이함이 낳은 문제

우리가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된 때는 언제부터였을까. 대부분 2018년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금지 조치를 그 시점으로 보지 않을까. 실제로 그즈음부터 일회용품이나 재활용 쓰레기 관련 규제도 한층 강화되었으니 말이다. 이에 대해 그는 “중국의 수입금지가 아닌 수입시작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활용 정책은 1995년 쓰레기 종량제와 함께 시작됐어요. 처음에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분리배출이 잘되었어요. 분리배출을 제대로 안 하면 재활용업체에서 안 가져가니깐.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부녀회원들이 분리배출하는 날에 나와서 검사하니, 일종의 품질관리가 된 거죠. 그런데 2000년대부터 중국의 경제성장이 본격화되고 전 세계 재활용 쓰레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하면서 그런 체계가 무너졌어요.”

재활용 쓰레기 가격이 올라가면서 재활용업체들은 분리배출 상태와 상관없이 서로 가져가려 아우성이었고, 제대로 버리지 않은 쓰레기도 가져가니 소비자들의 재활용 의식도 점차 느슨해졌다. 물품을 만드는 기업들도 어차피 가져가니 재활용이 잘되지 않는 형태의 물품을 생산했고, 이 모든 것을 주관해야 하는 정부조차 쓰레기 처리의 상당 부분을 민간 영역에 맡겨둔 채 방관했다.

“분리배출한 쓰레기가 일단 내 눈앞에서 사라지니깐, 근본적인 문제가 표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시기였죠. 소비자들은 분리배출을 잘 하고 있는지, 기업들은 물품을 재활용성이 높게 잘 만들고 있는지, 재생 원료의 품질은 이대로 괜찮은지, 쓰레기 처리 인프라는 이만하면 충분한지 등의 질문을 다 덮어버렸어요. 다들 재활용 시장이 언제까지나 호황일 것이라 믿고 있었기에 자원순환 체계를 선진화하는 시기를 놓쳤죠. 중국이 가져가지 않게 되면서 갑자기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그동안 누적된 모순이 터진 셈이죠.”

복합적으로 뒤엉킨 문제의 실타래는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홍수열 소장은 기업의 역할을 주문했다. “물품을 생산하고 소비한 뒤 분리배출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의 양 끝단에서 문제해결을 시작해야 해요. 기업이 재질구조를 개선해서 재활용이 용이한 물품을 만들고 재활용 과정을 거친 재생원료를 꾸준히 쓰기만 해도 많은 것이 바뀔 수 있죠. 양질의 재생원료를 만들기 위해 선별을 잘해야 하고, 선별을 잘하려면 분리배출을 신경 써야 하고, 분리배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물품을 잘 만들어야겠죠. 이처럼 기업을 시작으로 각자가 더 잘하면서 업그레이드되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문제가 해결될 거예요.”
재사용병,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돼야

쓰레기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한살림 조합원들도 물품 포장의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강도 높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오래도록 쓰레기 전문가로 활약해온 홍수열 소장에게 한살림의 포장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포장 문제는 일시적으로 해결이 어려워요. 포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생산자들이 설비를 바꿔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죠. 포장을 없애거나 줄이는 과정에서 품질이 나빠지거나 버려지는 물품이 늘어나면 안 되기도 하고요. 결국 방향성의 문제일 텐데 조합원들의 의식이 높아지는 만큼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되리라 믿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재사용 리필 용기를 늘리고, 재사용병 물품을 확대하는 것을 제안했다. “먼저 세제나 샴푸 등은 리필 형태로만 공급하면 어떨까요. 지금도 리필용 샴푸나 세제를 판매하고 있지만 비닐포장으로 말고 플라스틱 용기로 공급하고 다 쓰고 반납하게 하는 식으로요. 반납한 플라스틱 용기는 재사용 유리병처럼 세척해서 다시 물품을 담아 공급하고요. 그러면 리필용을 쓰면서도 비닐쓰레기도 없앨 수 있으니마음이 한결 편하겠죠.
다음으로는 현재 있는 재사용병 물품을 늘려야 해요. 한살림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게 재사용병 정책이라고 봐요. 저는 생협에서 생수를 취급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만 만약 판매한다면 페트병, 멸균팩 등 다른 재질보다 유리병이 친환경적이라고 봐요. 물론 재사용병 물품 종류가 늘어나는 만큼 한살림 부담도 커질 테니 다른 생협들과 연대해서 유리병용기를 표준화해서 사용하고, 세척시설 등은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등 사회적 자원들을 활용해야죠. 한살림 재사용병이 널리 확산되어 자원순환의 좋은 모델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필연적으로 쓰레기를 만들고 자연을 해치는 존재이면서, 우리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존재다. 그리고 모이고 함께할수록 더 큰 힘을 내는 존재이기도 하다. ‘바로 지금’ ‘함께’ 바꿔나가야 한다는 홍수열 소장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글·사진 김현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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