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3월호(642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홍순율 예산자연농회 생산자
2월 중순부터 육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육추란 부화한 병아리를 들여서 농장 환경에 잘 적응하게끔 기르는 것을 말해요. 케이지에서 닭을 기르는 일반 농장은 보통 70~80일령된 중닭을 들이는 데 비해 한살림은 1일령 병아리부터 키우기 시작해요. 사람도 어릴 때 손이 많이 가듯이 병아리부터 키우려면 정성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죠. 하지만 그만큼 농장 적응도 잘하고 생산자와의 상호 교감도 많답니다.
요즘엔 조류인플루엔자(AI)가 가장 큰 걱정거리입니다.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도록 차단방역을 하고, 농장 주변에 생석회를 뿌려서 소독하고 있습니다. 한살림 농장은 일반 케이지 농장에 비해 훨씬 넓은 공간에서 닭을 키워 AI 발생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데도 같은 취급을 받는 것에 좀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비하자면 한살림 닭은 거리두기를 잘 지키고 있는 셈이거든요. 정부와 지자체는 다른 농장과 공평하게 해야 한다는 이유로 일률적인 정책을 펴는데, 불합리한 면이 하루빨리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축산을 전공하고 실험동물이 있는 연구소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동물복지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동물복지 농장을 하려던 중 한살림 유정란이 동물복지보다 더 높은 기준으로 생산되는 것을 알고 한살림 생산자가 됐지요. 한살림 유정란은 시중 달걀에 비해 신선하고 비린내가 적습니다. 신선하면 껍질이 잘 안 까지기 때문에 삶거나 굽는 요리는 구입하고 하루 이틀 뒤에 하는 게 좋아요. 지금은 AI 때문에 공급량이 줄었지만 원래 유정란은 봄가을에 생산량이 많아지니 그때 좀 더 소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