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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자가육묘로 모종부터 키운 한살림 수박

2020.06.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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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던 생산지탐방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살균수와 체온계를 준비하고, 마스크를 끼고 부여 진호공동체로 생산지탐방을 다녀왔습니다. 진호공동체는 1997년에 14가구로 시작해 지금은 10가구가 딸기, 수박, 양배추, 브로콜리 등을 농사짓고 있는 생산지입니다. 2005년 수박 작목반이 구성돼 우리가 아는 일반 수박 뿐 아니라 애플수박, 속노란수박까지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습니다.
5월부터 수박이 출하되기 때문에 탐방을 간 5월 말이 바쁜 시기가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수박은 새벽에 따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생산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수박 시설하우스에서 파종, 접목, 정식, 적과, 수정, 수확까지 수박의 생산 과정에 대해 들었습니다. 수박은 씨를 뿌린 뒤 싹이 나면 그대로 심는 것이 아니고 박 모종과 접목시켜 별도의 튼튼한 수박 모종을 만든다고 합니다. 지금 출하하는 수박은 작년 12월 초에 파종해 접목 시키고, 1월 중순 경 본밭에 정식한 것입니다.
수박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접목 후 관리 단계입니다. 접목한 부분이 안정화 되어야 좋은 모종이 되기 때문에 3~4겹의 비닐 터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며 환기와 온도 관리를 합니다. 생산자님은 하루 종일 육묘장을 지키며 약 일주일 정도를 육묘에 매달리는데, 이렇게 해도 모종이 많이 죽고 접목 성공률도 좋아야 80%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농산물이 한살림 기준으로 자가육묘 하기가 쉽지 않지만, 수박 육묘는 아주 추운 때라 더 어려워 보였습니다.

육묘 과정을 듣고 있으니, 제 조카가 태어났을 때 온도와 습도, 소리와 빛의 정도를 조절하며 아기에게 좋은 환경을 위해 온가족이 조심했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접목 후 관리하는 과정 또한 얼마 전 지인이 콩팥 이식 후 몸을 돌보는 과정이 생각날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렴풋이나마 자가육묘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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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렵게 모를 키웠는데 작년 겨울은 겨울답게 춥지 않아 진딧물 피해가 많았다고 합니다. 검은 진딧물이 낀 잎이 많았고 심한 곳은 수확도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어렵지 않는 과정이 없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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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밭에서 자리를 옮긴 곳은 회의실과 자가 퇴비시설이었습니다. 퇴비는 3~4년이 되어 폐기하는 유기농 표고목을 파쇄해서 만든다고 합니다. 회의실은 구성원이 모일 장소가 필요해 만들었는데, 이 두 공간은 공동체 구성원이 출하액의 5%씩을 출자하여 만들었습니다. 공동체가 함께 구상하고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참 좋았습니다.

마침 탐방을 간 다음주(6월 첫째 주 3일간)에 속노란수박을 출하한다고 하시며 맛보여 주셨는데, 달달하고 약간 쌉쌀한 끝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요즘 같이 집에서 식사와 간식을 많이 먹을 때 속노란 수박이 즐거운 활기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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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공동체 대표님이신 천용범 생산자님께 진호공동체와 부여 수박의 자랑을 여쭤 보았습니다. 자가육묘가 어렵다고 하셨지만 첫 번째 자랑거리 또한 자가육묘였습니다. 직접 퇴비를 만들고 있고, 액비도 만들 예정이라며, ‘한살림 수박은 맛있고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수박이 있는 한살림 조합원임이 자랑스럽고, 이 점을 다른 조합원들에게도 꼭 알리고 싶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농사는 언제나 어렵습니다. 그 자연을 위해 도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한 가지라도 실천하는 것이 맛있는 수박을 오래오래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살림 물품을 이용하고 알리는 도시 조합원은 또 다른 이름의 한살림 생산자입니다.


글·사진 김경린 한살림고양파주 농산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