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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제대로 알고 먹자, 한살림 양송이버섯

2019.05.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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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여를 달려 부여에 도착했다. 이성기 생산자님의 생산지로 이동해 어두컴컴한 하우스 안에 들어가니 4층으로 구성된 재배장의 배지 위에서 수확을 1주일 앞둔 하얀 양송이들이 오밀조밀 자라고 있었다. 배지를 만들어 발효시키는 데 20일, 후발효가 10일, 종균 접종 및 배양하는 데 15일, 점토 올리고 부상시키는 데 약 8일. 양송이를 먹을 수 있을 만큼 키우는 데 두 달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어둡고 습한 환경이라 곰팡이라도 퍼지면 배지를 모두 버려야 하는 일도 생긴다고 하니 그 작은 녀석들이 무척 대견하게 느껴졌다.
양송이는 따자마자 칼 뒤에 달린 붓으로 일일이 털어낸다. 버섯 향을 맡고 달라붙은 파리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듣고 보니 하우스 안에 작은 파리들이 날아다녔다. 벽에 달린 파란빛을 내는 포충기도 보였다. 살충제를 사용하면 쉬운데 그럴 수 없으니 손으로 일일이 털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간혹 붓에서 빠진 털이 양송이에 붙어 함께 포장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머리카락이라고 항의를 받을 때면 조금 서운하기도 하신단다.

“버섯은 원래 농약을 안 해서 씻을 필요가 없다는데 맞나요?” 평소 궁금했던 점도 물어봤다. 관행에서는 파리 잡는 살충제, 곰팡이 제거하는 살균제 등을 많이 쓰지만 한살림은 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자님들은 안 씻고 그냥 드신다고 한다. 게다가 살균제를 사용하지 않다보니 5번까지도 수확하는 관행과 다르게 한살림은 많아야 2번 수확한다고. 그러니 당연히 영양면에서 뛰어날 텐데, 시중 버섯과 큰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무지함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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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유홍식 생산자님의 생산지로 갔다. 마당에는 갈색으로 변한 볏짚이 잔뜩 쌓여 있었다. 건강하고 맛있는 양송이에 필요한 계분이라니 발효되는 냄새마저 향기롭게 느껴졌다. 마당에 산더미처럼 쌓인 볏짚을 2~3일마다 뒤집는 일도 만만치않아 보였다. 배지, 점토, 종균을 다 구입해야 하고 온도도 15℃로 맞춰야 하니 냉·난방비도 꽤 들어 젊은 생산자들은 배지값이라도 덜기 위해 직접 배지를 만든단다. 생산자님이 바로 따서 주신 양송이버섯은 평소 맛보던 것보다 훨씬 촉촉했다. 이 귀한 녀석들이 차로 이동하고 물류센터에서 자면서 상태가 안 좋아진다니 안타까웠다. 다른 조합원들도 생산지를 방문해 막 딴 버섯을 맛보면 좋겠다.

유일하게 갈색양송이를 생산하는 김환규 생산자님의 산지도 갔다. 양송이가 아주 어린 상태였는데 갈색이라 자세히 들여다봐야 볼 수 있었다. 살균과 발효를 위해 60℃로 배지를 찌는 생육동 문을 열자마자 뜨거운 김이 쏟아져 나왔다. 잠깐 들어가도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나마 며칠 지나서 가스가 많이 빠진 상태였는데도 힘들었다. 평소 생산자님들의 수고로움을 잠깐이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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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남을 통해 버섯에는 원래 약을 안 친다는 상식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생산자님들은 무농약 재배를 위해 포충기, 환기시설, 친환경약재 등을 사용하고, 곰팡이와 파리를 막기 위해 농약 없이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30여 농가가 무농약 인증을 받았는데, 지금은 작물을 바꾸거나 관행농사로 바꾸어 5농가만이 남았다고 하니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이제 양송이를 먹을 때마다 생산자님들 이름을 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겠다.

이상은 한살림경기남부 농산물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