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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살림의 창]보리로 살아나는 생산자와 소비자

2019.04.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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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봄비가 내렸습니다. 가뭄에 꽤나 시달렸던 보리가 푸른 생기를 얻은 것을 보니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농민으로서는 흡족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난해 늦가을에 파종해 추위를 이기고 자라준 보리에게 참 고맙습니다.

모든 농사가 그렇겠지만 쌀 뒷그루로 짓는 보리농사는 하늘이 허락해야 가능합니다. 가을에 비가 지짐거리면 파종을 포기해야 하고, 욕심내어 진땅에 씨를 뿌리면 발아가 잘 되지 않아 소출이 급감합니다. 5월 말 수확 시기에 비가 자주 내리면 결실이 불량하여 얻을 게 없으니 하루라도 빨리 벼 이앙을 해야 하는 농부의 고민거리로 전락하기 일쑤입니다.
소득이 일정치 않고 하늘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농사임에도 보리를 포기하기 어려운 것은 영농비 때문입니다. 벼농사를 위주로 하는 농민들이 한해 영농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리를 파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었습니다. 2012년 정부의 보리수매제도 폐지로 보리농가의 한숨이 크게 늘었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피땀 흘려 농사를 지었음에도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니 농민들로서는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정부가 포기하면서 사실상 곡물로서의 생명을 다해가던 때에 시작된 한살림의 보리사료화사업은 신선함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헐값에 밀려오는 GM옥수수가 축산업을 점령한 상황에서 가축들에게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농민들에게는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이모작의 기회를 주며,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너른 들판에 푸르름을 더하고, 무너진 자급사료 기반을 다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보리사료화사업은 한살림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보리 생산자들도 한살림의 방향에 공감하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농민 35명이 우리보리생산자영농법인을 결성하여 약정된 보리를 차질 없이 공급하고, 부족한 부분은 인근 농협이 생산자를 모아 조달하고 있습니다. 수매자금과 보관창고가 부족해 몇 년 동안 순탄하지만은 않은 과정을 밟아왔지만 앞으로 점차 나아지리라 믿습니다.

한살림과 우리보리살림협동조합이 없었다면 감히 밝은 앞날을 전망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생산자 모두 보리 씨앗을 뿌리고, 풀을 메고, 수확하는 매 순간 감사한 마음으로 농사짓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성껏 심고 거둔 보리로 돼지와 닭이 건강해지고 그것을 먹는 한살림 조합원 가정 모두 행복해지기를 두 손 모아 바라겠습니다

오인근 전북한살림축산생산자회 생산자·전 금만농협 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