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에 잼류와 차류를 공급하는 옥잠화영농조합을 찾았습니다. 옥잠화영농조합은 1994년 문을 연 생산지로 지난해만해도 딸기(120t), 포도(139t) 등 약 312t의 원물을 잼과 차로 가공해 한살림에 냈고 그만큼의 친환경농지를 살렸습니다. 옥잠화영농조합이 특별한 이유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병재사용운동에 참여해왔기 때문입니다. 옥잠화영농조합의 김도준 생산자는 “더 많은 생산지와 조합원이 동참해서 재사용병으로 지구를 지킬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Q. 어떻게 재사용병을 이용하게 되었나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유리병을 구하기 어려워서 시작했어요. 한살림에 내는 물량이 많지 않던 시절인데 유리병공장에서는 최소 공급 단위가 큰 차 한대 분량이어서 부담이 컸거든요. 한살림 실무자에게 “사용한 유리병을 모아주면 그것을 다시 사용하겠다”고 먼저 제안했어요. 체계가 잡히지 않았던 때라 유리병들을 마대자루에 담아서 보내왔는데, 깨진 것은 골라내고 쓸 만한 것만 세척해서 썼죠.
Q. 세척시설이 부족해서 힘드셨겠어요
포도나 딸기가 나오는 철에 생산이 집중되니 매번 세척하지는 않았어요. 가지고 온 것을 고물상처럼 모아놨다가 날을 잡아 한 2~3일 뜨거운 물에 불려서 사용했죠. 주로 여성생산자님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지금은 안성물류센터에서 세척해서 오니 아주 편하죠.
Q. 재사용병 세척은 어떻게 하나요?
이미 한 번 세척해서 온 터라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는 않아요. 세병기계의 세척구멍 4곳에 재사용병 4개를 뒤집어 넣고 기기를 작동하면 잼병(480g)은 4.5kg/cm3, 작은잼병(280g)은 3.5kg/cm3 압력으로 물과 공기가 3초 이상 투입되며 세척돼요. 육안으로 이물이나 깨진 곳이 있나 확인도 하고, 재사용병에 잼을 담은 후 고온으로 가열하니 살균도 충분히 되죠.
Q. 재사용병의 위생에 민감한 조합원도 많습니다
저는 재사용병이 중국집의 자장면 그릇과 다르지 않다고 보거든요. 보통 자장면 먹은 다음에 그릇을 그대로 보내면 중국집에서 씻어서 또 배달하는 데 별 걱정없이 먹잖아요. 그에 비하면 우리는 조합원이 한 번 씻어서 보내준 것을 물류센터에서 불려서 세제로 세척한 뒤 검사 선별하고, 마지막으로 생산지에서도 세척하니 훨씬 더 깨끗하죠. 실제로 매번 세척할 때마다 점검표를 작성하는데 새 병과 비교해도 불량률이 거의
차이가 없어요.
Q. 병재사용운동의 역사와 함께하셨는데 아쉬운 점은 없나요?
2006년엔가 4개 생협이 모여서 재사용병을 함께 사용하자는 논의를 한 적이 있어요. 각 생협 실무자들과 생산자들이 모여 일본 생협에 가서 병재사용 시설도 둘러보고 시행 직전까지 갔었죠.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하니 각자의 사정이 달라 결국 한살림만 시작하게 됐어요. 병재사용은 동참하는 생산자와 조합원이 많을수록 비용이나 효과 측면에서 유리한 데 좀 아쉬웠지요. 할 수 있나요. 한살림 내에서라도 많은 생산자와 조합원이 함께해서 병재사용운동이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쓰레기 대란을 통해 플라스틱과 비닐이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유리로 눈을 돌렸습니다. 녹여서 재활용하는 것은 물론 여러 번 회수해 재사용할 수도 있어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데다, 가열해도 형태가 변하거나 환경호르몬이 발생하지 않아 포장재로서의 안전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리는 양날의 검과 같은 포장재입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 이동 시 탄소배출량도 많아 일정 횟수 이상 회수해 재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환경에 해가 됩니다.
유리병 포장재의 비중을 늘려 달라는 조합원의 요구에 선뜻 응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1990년부터 병재사용운동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회수율이 그리 높지 않아 더 많은 물품의 포장을 재사용병으로 바꾸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주류나 청량음료 등 정부 빈용기보증금제도에 해당되는 제품 외에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병재사용을 하고 있는 한살림으로서는 아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