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관광이 아닌 ‘살기 위해’ 제주를 찾고 있는 요즘, 이사하면 매장과 마을모임부터 찾는다는 한살림 조합원답게 서귀포마을모임에도 가지각색의 배경을 지닌 조합원들이 있습니다.
모임지기인 황지현 조합원도 2017년 12월 제주로 터전을 옮긴 이주민입니다. “서귀포 쪽에는 육지에서 온 분들이 비교적 많아요. 마을모임에도 이주민이 대부분이죠. 이주한 분들이 여기도 나의 집이고, 또 다른 가족이 있다고 느낄 수 있길 바라요.”
마을모임을 하며 이주민이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2012년 7년간의 호주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들어와 울산, 부천을 거쳐 지금 제주까지, 그 또한 오랜 시간 이주민이었기 때문입니다. “전 제주에 올 때도 걱정하지 않았어요. 호주에서 살았을 때 언어는 달라도 사람들 간에 주고받는 따뜻한 정은 같았거든요. 게다가 제주에는 한살림도 있잖아요.” 이주민이었던 자신이 가장 먼저 찾고, 자신을 가장 반갑게 맞아준 것이 한살림이었기에, 마을모임이 다른 이들에게도 그런 공간이길 바랐습니다.
서귀포마을모임은 동흥매장 근처에 거주하는 10가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황지현 조합원이 모임지기가 된 건 2018년 2월. 기존에는 한 달에 한 번 모여 같이 밥을 해 먹는 ‘밥상나눔’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요리하랴, 아이들 돌보랴 조합원들과 차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점이 아쉬워 밥상나눔은 조금씩 음식을 가져오는 포트락방식으로 바꾸고 독서, 그림그리기, 화분심기 등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를 하며 가족공동체 중심으로 운영했습니다.
여기에 밥상나눔과 별도로 ‘생각나눔’을 더했는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따로 만나 사회적 이슈나 한살림 사상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최근에는 한살림연수원에서 발행한 <한살림운동의 이해> 책을 함께 보면서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12월 20일엔 서귀포마을모임의 송년모임이 열렸습니다. 마을모임의 최미정 조합원이 사서로 있는 예촌작은도서관에서 이상분 조합원의 펠트공예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동지를 맞아 팥죽을 비롯해 케이크, 샌드위치 등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우쿠렐레 연주도 함께 들었습니다. 이번 모임의 하이라이트는 마니또! 5천 원 안에서 선물을 하나씩 준비하고, 한 해 동안 수고했다는 격려와 응원 메시지를 담은 카드도 나눴습니다. 모임에 참여한 김정미 조합원은 “아이들은 책도 보고 어른들은 서로 둘러앉아 마음을 나누고. 큰돈 들이는 럭셔리 파티가 아니어도 소소한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라고 말합니다.
“한 해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으니, 진짜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을모임은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것이라는 황지현 조합원. 공동체 의식이 점점 약해지는 시대에, 이주민을 따뜻하게 품고 밥상과 생각을 나누는 서귀포마을모임을 보며 참된 공동체의 모습을 되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