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영역 바로가기 컨텐츠 영역 바로가기 하단 영역 바로가기
  1. 한살림이야기

좋은 재료, 귀한 사람, 한살림이 있어 다행입니다

2018.12.07 (금)

조회수
756
공유하기
1
사립유치원 원장이 교비를 빼돌려 자기 욕심을 채우느라 아이들에게 볼품없는 급식을 먹였다는 뉴스에 전 국민이 분노했던 날, 경봉스님을 만났다. ‘먹는 것이 양심의 기본이자 도덕의 기본’이라는 그의 말이 현 상황과 맞물려 몹시도 크게 들렸다.
2
요리로 중생을 이롭게 하다

경봉스님은 달변이다. 스님들이야 본래 설법이나 강론이 본업이니 말이 많은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경봉스님의 이야기 주제는 불법이 아닌 요리가 대부분이다. 소식지 ‘매일밥상’ 꼭지를 함께하며 일 년여를 만나본 결과, 요리에 관해서는 경봉스님만한 능변가가 또 없었다. 요리 너덧 가지를 하는 동안 주재료의 영양성분, 좀 더 쉬운 요리법, 조리도구의 쓰임새 등 미처 수첩에 받아 적지 못한 이야기가 쉴 새 없이 공간을 채운다.
상대를 가리지 않는 것도 경봉스님 요리 이야기의 특징이다. 한살림 양평매장에서 함께 장을 보다 보면 스님을 알아보고 말을 건네는 조합원이나 활동가가 적지 않은데 그때마다 그 자리에 한참을 서서 이야기를 나눈다. 삼잎국화나물, 노루궁뎅이버섯 등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식재료를 이용한 요리법부터, 진간장과 맛간장의 쓰임새 차이 같은 양념 이용법까지 주제가 다양하다. “저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좋은 것은 나눠야 커지잖아요. 어디를 가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요리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자리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제가 가진 것을 나누려 해요.”
불법이 아닌 요리법을 나누는 행위가 스님의 본분에 어긋난 것이 아니냐는, 다소 불경한 질문에 스님은 웃으며 “중생을 이롭게 하는 하나의 방편이기 때문”이라 답했다. 외적의 침입을 물리쳐 나라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군인의 목적이라면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 출가한 이의 목적인데 자신에게는 요리가 바로 그 방편이라는 설명이다. “건강한 삶을 이루기 위한 건강한 음식의 실천만큼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 있을까요. 음식을 나누고 요리법을 나누는 것이 불법을 전하는 것보다 하찮게 여겨져서는 안 되겠지요.”

좋은 재료로 자연을 요리하는 것이 전부

경봉스님은 자신의 요리를 ‘자연요리’라고 규정한다. 자연요리란 자연에서 나는 모든 것을 재료로 하되 그것이 지닌 본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요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한식, 양식, 궁중음식, 사찰음식 등 어떤 요리를 하던간에 자연요리 방식으로 하기에 경봉스님의 요리에는 그만의 결이 느껴진다. “어머니가 요리를 잘하셨는데 그 솜씨를 물려받았어요. 젊은 시절에는 궁중음식도 전수받았고, 출가한 후에는 노스님 밑에서 음식을 바르게 대하는 태도를 주로 배웠죠. 모든 배움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이니 꼭 사찰음식만 고집하지는 않아요. 굳이 정한다면 자연요리를 만든다고 할 밖에요. 자연은 품이 넓잖아요. 모든 요리를 아우를 만큼.”
매일밥상의 요리를 접하는 조합원 중에는 ‘왠지 어려워 보여서 시도하기 부담된다’고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식재료가 생경할 수는 있어도 요리방식 자체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만큼 간단하다. 최소한으로 다듬고, 무치고, 구우면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지는 요리 하나가 뚝딱 완성된다. “양평 자연요리연구소에서 요리교실을 하는데 수강생들에게 ‘한 시간에 각기 다른 나물 다섯 가지 정도는 동시에 무칠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쓰면 요리법이 간단해도 맛이 없을 수 없다고 믿어요.”
3
기본 중의 기본, 한살림이 있어 다행입니다

쉬운 요리법과 좋은 재료를 중요시하는 자연요리의 길을 걷다보니 자연스레 한살림을 만났다. 식재료를 찾던 중 한살림이란 이름을 접했고, 읍내에서 우연히 한살림매장을 발견하면서 줄곧 이용해왔다. 이후 한살림식생활센터 요리 강좌 등에 함께하며 한살림과 깊게 사귀게 됐다. “다양한 제철 식재료를 먹어야 좋은 것은 다들 알지만, 모두가 직접 심을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면 신뢰할 수 있는 곳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죠. 단순히 먹거리의 안전만이 아니라 어느 땅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자라는 지까지 믿을 수 있어서 한살림을 주로 이용해요.”
먹거리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먹거리로 장난치는 이들이 범람하는 요즘, 한살림 조합원에게 나누고 싶은 말을 청했다. “걸어갈 때 신호를 잘 지키는 사람들은 차를 타고 갈 때도 신호를 잘 지킬 확률이 높잖아요. 이처럼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좋은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한데 먹거리가 그 출발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먹는 게 흐트러지면 그 다음은 볼 것도 없죠. 건강하게 자란 식재료를 알맞은 방법으로 요리한 좋은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 세상은 더 살만해질 거예요. 좋은 먹거리를 만들 수 있게 돕는 한살림은 그래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