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큰수풀공동체 이달순 생산자 인터뷰
한살림에는 없었던 ‘1+1’?
2018년 한살림은 브로컬리와 팝콘옥수수 한 봉을 구입하면 하나를 더 주는, 외관상으로는 시중의 ‘1+1’ 행사와 다르지 않은 ‘한봉지 더’ 행사를 진행했다. 일반 마트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1+1’ 행사지만 약정가격을 중시하는 한살림에서는 이례적인 경우였다. 장삿속으로 만든 한살림이 아닌데 왜 그랬을까? 브로컬리를 생산하던 큰수풀공동체의 당시 상황을 보면 답이 나온다. 지난해 혹독한 겨울 추위로 생육을 멈췄던 브로컬리가 3월이 되자 한꺼번에 피어났다.
“작년 가을에는 너무 추워서 1, 2월에 나와야 하는 조생종 브로컬리를 거의 내지 못했는데 2월 말에 갑자기 따뜻한 바람이 부니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이 한꺼번에 자라버렸어요. 공동체 전체가 난리 났죠.” 제주 큰수풀공동체 이달순 생산자가 급박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브로컬리는 먹기 좋게 피어난 지 하루만 되어도 노란 꽃이 펴 먹을 수 없다. 순차적으로 수확했어야 할 브로컬리가 한 번에 피니 수확할 일손도, 저장할 냉장창고도 부족했다. 공동체에 30평과 20평 크기 공용 냉장창고가 있고, 브로컬리 생산 회원들도 10평 크기의 창고를 각각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냉장창고에 보관했다가 내보내려 해도, 생산량이 많아져 전국의 브로컬리 가격이 급락한 이상 기존의 약정가격으로는 한살림에서도 제대로 소비될 리 없었다. 상황이 길어지자 이달순 생산자도 6,000평 브로컬리밭 중 2,000평을 갈아엎어야 했다. 브로컬리를 버리지 않기 위한 조처가 필요했다.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집니다
농산물 가격을 약정할 때 생산자와 소비자, 실무자가 함께 결정했으니 변경할 때도 함께여야 했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한살림연합 농산담당 실무자, 생산자연합회 제주 사무처, 그리고 저희까지 급히 모여 회의를 했어요. 어렵게 생산한 브로컬리를 최대한 많이 출하하고 싶었죠.”
‘한봉지 더’ 행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조합원에게는 한 봉지를 더 드려 브로컬리를 소비하되, 가격안정기금을 지원해 생산자만 ‘제 살 깎는’ 행사가 되지 않도록 했다. 생산자는 소득을 낮추고, 한살림은 비슷한 금액을 가격안정기금으로 지원했다. 1월~2월 중순까지 브로컬리를 거의 내지 못했으니 1년 약정량 전부를 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물량은 거의 소비됐다. 돈도 돈이지만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며 키운 브로컬리가 버려지지 않고 조합원 밥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손해가 없지는 않죠. 그래도 가격안정기금이 있으니 다시 농사지을 방법을 모색할 수 있었어요. 이런 일이 있을 때 해당 생산자만 동동거리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조합원이 함께 모아 놓은 기금으로 문제를 조금 해소할 수 있어서 든든하고 좋아요. 함께 책임져주니 믿고 생산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