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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4년 만에 만난 단감 풍년

2022.12.06 (화)

조회수
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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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대숲공동체 김영회
안녕하세요.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03년부터 거의 20년간 유기농 단감을 농사짓고 있는 김영회 생산자입니다. 요즘 한살림 매장에 주황빛 단감이 많이 진열되어 있죠? 얼마 전 수확을 마쳤는데, 올해는 4년 만에 든 단감 풍년의 해였습니다. 8천 평의 친환경 감나무밭에서 수확 기간 내내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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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할 수 있는 일
수확을 마치고 잎이 모두 떨어진 감나무는 이제 가지치기를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봄에 열매가 맺히면 5월~7월 열매를 솎아주고 가지를 묶어줍니다. 9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는 수확이 계속되죠. 최근 4년간 이상기후와 잦은 장마로 병해충 피해가 심각했습니다. 매년 반토막 난 수확량에 만족해야 했죠. 이 상황에 농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감나무를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일밖에 없습니다.
감나무도 사람과 똑같습니다. 연약하게 키우면 병에 자주 걸리고 자립심이 부족해집니다. 충해와 병해를 관행 농약으로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겨내는 튼튼한 나무로 키웁니다. 아버지께서 20여 년, 제가 이어받아 20여 년. 40여 년간 그렇게 감나무를 가꿔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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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꽃이 떨어진 자리에 열매가 달린다. 너무 많은 열매를 달지 않도록 충분히 솎아준다.
40년간 실천해온 비결, 연구와 시도
유기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 시판 농약은 종류가 적습니다. 특히 해충이나 병을 막는 유기농 농약들은 효과를 보기가 힘들답니다. 보통 9월 중순부터 단감을 수확하는데, 감꼭지나방 피해를 본 단감은 9월 초부터 홍시로 변해버립니다. 그대로 나무에서 떨어져 농가에 큰 피해가 되죠. 그래서 저는 겨울에 가지마다 호미로 상처를 내서 벌레를 잡습니다. 나무껍질 밑에 잠복해있는 벌레들을 잡기 위해서죠. 그리고 유황을 사용합니다. 유기농 감 농사를 짓는 지인 3명과 함께 유기농을 공부하며 농사짓던 중 유황이 효과가 있겠다고 판단되어 조금씩 과수원에 실험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아낸 자재입니다.
이외에도 귀리로 초생재배하고 토착미생물을 산에서 채취해 쌀겨와 섞어 띄움비를 만들기도 하고, 칡 순, 천혜녹즙을 직접 만들어 사용합니다. 이렇게 관리한 땅에는 지렁이, 두더지 등 비옥한 땅을 만드는 데에 도움을 주는 동물들도 찾아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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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단감을 위한 조건
시목마을은 전국 최초의 유기농 생태마을입니다. 해발 500미터의 아담한 분지 형태라 일교차가 크고 하루에 긴 시간 동안 해가 비추는 곳이죠. 그래서 당도 높고 맛있는 단감이 생산됩니다. 게다가 마을 전체가 제초제 사용금지, 비닐소각금지 등의 규칙이 있고 가정 오폐수정화시설도 설치되어있어 외부로부터의 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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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함께하는 농사
사실 지금은 40년 전부터 이 땅에서 친환경 감 농사를 지어오신 아버지, 식품가공을 전공하고 얼마 전 돌아온 딸, 그리고 저 이렇게 3대가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딸은 감식초, 발사믹 식초, 매실원액 등 가공을 담당합니다. 저는 예전에 농사와 무관한 전산 프로그래머로 일했었는데 가끔 부모님 농사를 도와드리면서 점점 농부의 삶이 좋아져 시목마을에 살게 되었습니다. 제 딸까지 3대가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을 실천하며 건강한 단감을 농사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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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0년간 친환경 농업을 실천해오신 김영회 생산자의 아버지
껍질 맛도 느껴보세요
단감은 온도 편차가 덜한 냉장고에 공기 접촉을 최대한 차단한 상태로 보관하세요. 그리고 유기농 단감은 물에 씻어 껍질째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감의 좋은 영양소를 섭취하려면 본연의 맛을 느끼며 껍질째 드셔보시기를 바랍니다.
저희 단감을 드실 때, 환경과 몸을 생각하고 농가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드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흠집이 있고 크기가 조금 작더라도 유기농 농산물을 이용하고 생산자를 응원해주세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우리 함께 슬기롭게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