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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친환경 축산 안정화를 위해 나아갈 길

2023.05.11 (목)

조회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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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한우 소비가 둔화되고 출하가 지연되면 농가에서 키우는 소의 월령이 높아집니다. 급이에 따라 사료비가 증가하게 되어 생산자의 부담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390만원짜리 송아지를 입식해서 25개월 동안 유기 한우로 키우면서 사료비가 550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한살림 유기한우와 유정란을 생산하는 아산연합회 생산농가를 만나서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을 위한 개선 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조직적으로는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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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푸른들축산 직영농장을 살펴보는 이강수 대표
유기한우, 이강수 대표에게 듣다.

농사경력
태어날 때부터 농수저였습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모두 농업에 종사하셨고요. 30여 년 농업에 종사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들식품대표 3년째 맡고 있으며, 푸른들 축산대표로 12년 차 겸직을 하고 있습니다.

한살림 한우사육
한살림 한우 전체 마릿수는 5,000마리입니다. 그중 NON-GMO사료로 먹여 키우는 한우가 4,500마리이고, 유기사료로 먹여 키우는 유기한우가 500마리입니다. 유기한우는 아산의 6개 농가에서 키우고 있고, 저는 현재 94두를 사육하고 있습니다.
유기한우 사육방식
우시장에서 생후 8개월 송아지를 사 오는데, 입식이라고 합니다. 유기한우는 총 3단계로 17개월을 키웁니다. 육성기(8∼15개월)와 비육 전기(15∼21개월), 비육 후기(21∼25개월)로 나눕니다. 육성기에는 소의 위를 발달시키기 위해 육성기용 사료에 푸른 풀을 먹입니다.
날씨가 좋을 때 축사 옆 초지에 방목하여 풀을 뜯어먹게 합니다. 지속적으로 풀을 섭취하도록 2,000평에 가까운 필지에서 풀을 키우고 있습니다. 비육 전기에는 몸을 발달시키기 위해 비육 전기용 사료에다가 볏짚을 더해줍니다. 또 비육 후기에는 살을 찌우기 위해 곡물을 먹이는 등 시기별로 소의 생육 발달 상황에 맞게 다른 사료를 먹입니다.

유기한우와 유기논농업의 지역순환
축사에서 나오는 소똥은 인근 유기농 논에 퇴비로 뿌려주고 있습니다. 해당 논은 아산연합회 수도작 작목반에서 ‘시옷자 농법’으로 생산하는 곳입니다. 퇴비를 여러 번 주지 않고, 벼가 자라는 상황에 따라 사이거름을 한 번만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퇴비 투입량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논에서 벼를 수확한 후에 나오는 볏짚은 다시 축사로 받아와 소에게 먹이는 방식으로 자원을 순환하고 있습니다.
지역순환 한계
아산의 경우 도시화가 많이 진행되었고, 도로에 똥이 떨어지면 민원이 들어옵니다. 벼 생산자의 퇴비 수요가 있어도 멀리는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축사에서 나온 소 똥은 인근 논에만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유기한우 차별성
한살림에서 한우 사육 방식은 크게 무항생제 안심대안 한우와 유기한우가 있습니다. 안심대안한우는 육질이 부드러운 특징이 있고 유기한우는 씹는 맛이 있습니다. 한우는 거세와 비거세에 따라 사료먹는 기간과 양이 달라집니다. 비거세한우는 사육기간이 25개월 정도로 빨리 자라는 편입니다. 거세 한우는 사육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약 30개월을 사육합니다. 거세를 하지 않는 유기한우는 수컷의 성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영역 싸움이 치열합니다. 실제로 제가 96두를 사육하고 있던 중에 2마리가 싸움이 났는데, 서로 뿔을 들이박고 장파열이 나서 죽은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면 한순간에 소 한 마리 값인 1,000만 원 돈이 불태워지는 셈입니다.
예전에는 송아지를 입식할 경우에는 제각이 되어 오지만, 생산자가 직접 송아지를 키울 경우에는 제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송아지 생후 2주 이내에 제각 연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준이 바뀌어서 다행입니다. 유기한우는 유기사료, 방목여부 등 사육 조건을 갖춰야 인증이 나옵니다. 유기한우 인증은 유기농산물의 재배와 생산 기준에 맞게 생산한 유기 사료를 급이하면서 인증 기준을 지켜 생산해야 합니다. 유기농 논에서 나온 볏짚, 수질 검사에 통과한 물을 주어야 하며, 사육공간의 2배에 달하는 방목장이 확보되어 있어야 합니다. 유기한우의 어려운 점은 비싼 송아지를 사 와서 일 년 반 가까이 키우는 과정에서 비싼 사료 값, 시설 운영비, 각종 검사비로 비용이 많이 발생합니다. 요즘에는 사료 원료값 인상과 소비 적체까지 겹쳐서 더 어려움이 많습니다. 출하가 지연되면 소의 무게와 크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사료는 먹여야 하는데, 한 두 달 더 먹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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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축사 옆 방목지에서 풀을 뜯고 다니는 송아지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
축산으로 인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는 발상은 소똥, 소방귀, 그리고 소트림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발생한다는 것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처럼 대형 축산을 할 경우에는 지역 대기에 영향을 미칠 정도겠지만, 주로 소규모 축사를 운영하는 한국의 경우에는 영향이 미비하다고 봅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인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며, 씻기 위해 물을 써야 하는 것처럼, 영양분 섭취를 위해 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살림 유기한우를 키운다는 것은 논과 상생하며 자원을 순환시키는 방향으로 일반 한우보다 나은 방식을 고집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유기한우
이미 한국에 355만 마리의 한우가 사육 중이며, 산지와 가공처에 적체가 발생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럴 때 오히려 필요한 부분에 집중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봅니다. 바로 송아지 번식장입니다. 경매장에 나오는 송아지는 비싼 경우에는 500만 원까지 올라가고, 요즘은 300~320만 원 정도 가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비싸게 샀으니 비싸게 팔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아닙니다. 소 한 마리에서는 평균 450kg의 고기가 나옵니다. 지난번 한우 생산관련회의에서 소비 적체로 인해 불가피하게 지육가격을 인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유기한우 지육가 27,200원/kg을 25,500원/kg으로 인하하면, 450만 원에 샀던 송아지에게 1년 반 사료를 먹여 공급할 때 한 마리당 100만 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번식 기반을 마련해서 송아지를 외부 시장과 상관없이 일정한 가격으로 공급받도록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고려해 보면, 개인이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아산이 매년 300마리 송아지를 입식합니다. 그럼 암수 비율을 5:5로 잡더라도 매년 600마리의 송아지를 번식시켜야 한다는 단순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6개 농가가 송아지부터 출하 직전 소까지 다 합해서 500마리를 키우고 있으니, 한 사람이 600마리의 송아지 번식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또한 송아지를 팔기까지 8개월 동안 키워내는 부담도 크고요. 결국 번식장 시설 자체만 100억 원이 필요하고 운영전문 인력양성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살림 한우 안정화를 위한 중장기적 발전 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글 출처 : 한살림생산자연합회소식지 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