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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변덕스러운 날씨 속, 청년농부가 찾은 해법

2024.10.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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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공동체 최선아 생산자는 2대째 사과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다. 흔히 말하는 과수원집 딸, 사과 농장을 놀이터 삼아, 보금자리 삼아 자랐다. 지금 키우는 사과나무 대부분이 최선아 생산자가 태어나던 해 심긴 나무다. 그렇게 사과와 함께 자랐고 사과 농사 일손을 도우며 컸다. 본격적으로 사과 농사를 짓게 된 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였다. 본인이 나고 자란 사과 농장이 사라지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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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이 길어 더디게 착색되고 있는 사과
아버지의 농사로부터 배운 친환경 농사, 이제는 한살림에서
최선아 생산자는 아버지는 꼼꼼한 농사꾼이었다. 매일의 날씨, 나무의 상태,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했는지, 시기별로 나무에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당신이 농사를 지으며 본 것, 배운 것, 관찰한 것 모두를 영농일지에 적어두었다. 농사를 짓다 막막할 때면 빼곡히 적힌 아버지의 영농일지를 들추며 농사법을 익혔다. 최선아 생산자의 아버지는 한살림 생산자는 아니셨지만,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최대한 적게 쓰고, 제초제를 쓰지 않는 초생재배를 선호했다. 농사짓는 과정에서 자연을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농사짓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아버지의 농사로부터 배웠다.
저농약 인증이 폐지됐을 때, 한살림 충주 공동체 허만영 생산자로부터 한살림 생산자 일원이 되기를 권유받았다. 시중에선 인증이 없으면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어도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지만, 한살림은 농부의 노력과 가치를 알아봐 주고 이용해 주는 조합원이 있다며 말이다. 그 제안을 받아 한살림 생산자가 됐고 지금은 참여 인증 1단계 기준으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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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를 솎아내고 있는 최선아 생산자
초보 농사꾼에게 힘이 되어준 공동체
깐깐한 한살림 기준에 맞추어 농사지으려니, 많은 것을 바꿔야 했다. 방제 횟수가 줄어든 만큼, 직접 손으로 돌봐야 하는 일이 늘었다. 해결하기 어려운 병이나 해충 문제가 생겼을 때, 같은 공동체 허만영 생산자가 많은 도움을 줬다. 오랜 시간 친환경 농사를 지어온 베테랑 농부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받았다. 또 때마다 공동체 생산자가 모여 서로의 밭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과 농가의 사례와 농사법을 접했다. 초보 농부가 베테랑이 되기까지 한살림 생산공동체가 큰 힘이 됐다.
한살림 생산자 중 청년 생산자는 307세대, 전체 생산자의 14%다.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는 농촌 상황을 생각하면 늘어나야 하지만, 매년 제자리 걸음중이다. 최선아 생산자는 농사를 갓 시작한 청년 농부들에게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사를 처음 시작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막막할 때가 많거든요. 어디에 물어보고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아요. 정부나 지자체 지원도 정보가 없어서 못 받는 경우도 많고요. 그럴 때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으면 큰 도움이 되죠.” 한살림은 생산 공동체가 있어서 배우고 성장하면서 농사지을 수 있는 좋은 토대가 마련되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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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약제인 석회보르도액을 뿌려 사과와 이파리에 흰가루가 묻어있는 모습
바뀌는 현실에 맞추어, 최선의 방법을 찾아
사과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14년 차. 농부로 제법 잔뼈가 굵어졌지만, 농사 짓기는 점점 힘들어 진다고 했다. 예측이 불가능한 날씨 때문이다.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감을 못 잡겠어요. 온도가 뚝 떨어져 얼어버리는가 하면, 갑자기 낮 기온이 30도가 되기도 하고요.” 작년, 전국에 사과가 부족해 벌어진 사과 대란도, 아직 사과 밭이 노란것도 모두 날씨 때문이라고. “올해 생산량은 회복했는데, 폭염이 너무 심해서 낮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유독 힘들었죠. 밤에는 기온이 낮아져야 사과가 빨갛게 변하는데, 더위 때문에 착색도 너무 더뎌요.”

기후위기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생산자들은 몇 해 전부터 기후 위기의 심각함을 인식해 왔고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최선아 생산자는 기후 때문에 고민할 때는 지났고 바뀐 기후에 대응할 수 있게 농사를 재정비 할 때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년부턴 가을에 수확하는 만생종 보다는 늦여름에 수확하는 조생종 사과 비중을 높일 예정이라고 했다. 홍로나 부사보다 아오리나, 시나노스위트 같은 조생종 사과를 더 많이 공급할 예정이라고. “새콤달콤하고 맛있어서 조합원이 많이 찾기도 하고 병해충이 심해지기 전에 수확하는 품종이라, 날씨 영향도 덜 받아요. 기후변화는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또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더 심각해질 수도 있고요. 하지만, 거기서 좌절하지 않고, 더 좋은 사과를 공급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고 해요. 그게 기후 위기에 맞서는 제 나름의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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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를 살피고 있는 최선아 생산자
한살림 생산자들은 변덕스런 날씨 앞에 더욱 취약하다. 농약이나 화힉비료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자연의 순리와 농부의 수고로만 농사를 짓다보니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법을 찾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려 애쓰고 있다.
“저희 사과 표면이 거칠고 하얀 가루는 석회보르도액이에요. 농약대신 사용하는 친환경 약제라 안심하셔도 돼요. 궁금해하시거나 간혹 농약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사과가 조금 덜 빨갛더라도, 거칠고 덜 예쁘더라도 최선으로 키웠으니 맛있게 이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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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아 생산자의 사과농장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