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근 생산자는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작년 이맘때, 꼬박 일주일 동안 내린 장맛비 때문에 수박 수확량이 절반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작년보다 배수로도 꼼꼼하게 정비했고 밭에 비가 스며들지 않게 비닐 멀칭도 했다. 수박을 수확한 7월 둘째 주엔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수박을 무사히 수확할 수 있었다.
▲ 수박 수확을 위해 박수장 생산자의 밭에 모인 두미반곡공동체 사람들
소비자 조합원이 공동체의 도움으로 한살림 생산자가 됐죠
정영근 생산자는 소비자 조합원으로 한살림을 처음 접했다. 아토피가 심했던 자녀 때문에 한살림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먹거리만 바꿔서는 도무지 나아지지 않아, 환경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 처가가 있고 고향과도 가까운 홍천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농사를 짓고 적응하는 데에는 두미반곡공동체 역할이 컸다. 농사를 짓고 자리잡는 데에는 두미반곡공동체 도움이 컸다. “홍천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하니 공동체 사람들이 제 일처럼 나서사 도와줬어요. 끈끈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라 도움이 필요한 곳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해요” 한살림 조합원이라는 배경도 도움이 됐지만, 공동체의 든든한 손길 덕분에 쉬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모이면, 웃음꽃이 피는 두미반곡공동체
수박은 부피가 크고 무거워 수확시기엔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공동체가 모두 모여 서로의 수박밭을 다니며 일손을 돕는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인력소에 연락해야 하는 여느 농가와는 다른 점이다. 이날은 박수장 생산자의 밭으로 모였다. 이맘때는 수박뿐 아니라, 가지나 애호박, 고추 같은 작물도 수확기가 겹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 임에도 수박을 수확하기 위해 다들 시간을 냈다. 함께 일하는 내내 생산자들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오래 호흡을 맞춘 덕에 손발은 척척,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연신 웃어댄 덕분에 노동의 고됨은 절로 잊힌다. 각자 자기 농사 챙기기도 바쁠 텐데, 시간을 내어 함께 수확하는 이유를 물었다. “사실, 우리는 모이는 걸 너무 좋아해요, 각자 밭에서 따로 일하다 보면 힘들고 지치거든요. 그런데, 모이면 웃음꽃이 피어요. 그래서 즐겁고 힘이 나죠. 모여서 수박 농사 하는 날만 기다린다니까요.” 수박을 차에 모두 실어 보내고 나면 녹초가 되면서도 수확이 끝난 게 내심 아쉽다며,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 무게별로 구분하기 위해 저울에 수박을 다는 모습
육묘부터 수확까지 공동체가 함께 짓는 수박 농사
두미반곡공동체는 수박 모종도 함께 키운다. 한살림 생산 원칙에 따라 자가육묘를 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힘드니 서로 노하우를 모아 수월하게 농사지어보자는 마음에서 공동육묘를 시작했다고. 결국 육묘부터 수확까지 수박 농사 전체를 공동체와 함께 짓는 셈이다.
“수박은 다른 박과 작물 뿌리에 수박 줄기를 접목해서 모종을 만들어요. 접목한 이후 떨어지지 않고 잘 자라게 하는 게 관건이죠. 그러려면 온도와 습도 관리가 중요해요. 햇빛도 잘 가려줘야 하고 환기도 잘 해줘야죠. 섬세하고 예민하게 관리해야 해요.” 정영근 생산자는 공동체 내에서 기술이 가장 좋아 접목을 도맡아 하고 있다. 줄기가 잘 붙은 후에는 구성원들이 각각 나누어 관리한다. “혼자 육묘하면 신경 쓸 게 많아요. 그래서 같이 일을 나누어 육묘하는 게 훨씬 수월하죠.”
▲ 수박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두미반곡공동체 신원호 생산자
장마철에 수확했어도, 달고 맛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유기농 수박은 ‘심고 나면 수확 때까지 무릎 꿇고 빌어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수박은 옮겨 심고 나면 자라는 속도가 엄청 빨라요. 하루가 다르게 줄기가 뻗어나가기 때문에 매일 밭에 나와 순 정리를 해줘야 하죠. 또 진딧물이 잎 뒷면에 생기기 때문에, 수시로 방제하려면 항상 무릎 꿇고 앉아 있을 수밖에요.” 게다가 최근 날씨는 예측이 불가능해서 더욱 비는 심정으로 농사짓고 있다고 정영근 생산자는 말한다.
올해는 두미반곡공동체 수박 농사가 참 잘됐다. 정식 후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당도가 아주 좋고 속이 단단하게 잘 여물어 아삭한 식감도 일품이라고.
“사람들이 장마철엔 수박이 맛이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이젠 옛날이야기에요. 당도를 높이기 위해 칼륨 비료를 주는데, 이건 뿌리에서 흡수가 잘되지 않아요. 그래서 잎마다 직접 뿌려줘요. 또 수확하기 전에는 일부러 물을 끊어 당도를 높이죠. 수박 맛을 위해 연구를 많이 하고 노력도 많이 해요. 맛은 정말 자신 있어요.”
▲ 조합원에게 수박을 보내기 위해 트랙터로 옮기는 모습
▲ 조합원에게 수박을 보내기 위해 차에 싣는 모습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으로 짓는 유기 농사
수박밭이 가장 많이 생기는 해충은 진딧물과 응애다. 일반 농약은 한 번 뿌리면 금세 방제가 되는데, 유기 자제는 약한 편이라 지속적으로 뿌려야 한다. 정영근 생산자는 유기 자제가 일반 농약에 비해 몇배나 비싸 ‘최대의 투자로 최소한의 이익을 거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계속 유기 농사를 짓는 이유를 묻자 “사명감 때문이죠. 아이 때문에 한살림을 이용하면서 땅과 자연, 사람을 살리는 유기 농사의 의미에 깊이 공감했어요. 농사를 짓는다면 당연히 유기농이라고 생각했죠.”
“매년 생산자들은 조합원에게 보낼 수박양을 약정해요. 약속한만큼의 수량을 꼭 키워서 보내주겠다는 뜻이죠. 올해 수박 소비가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함께 농사짓는 마음으로 이용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