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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누군가의 ‘인생옥수수’

2023.08.14 (월)

조회수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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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두미반곡공동체 최진현 생산자

저희 부모님도 한살림 생산자예요.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도우며 친환경 농사짓는 법을 보고 배웠죠. 홍천 생산자연합회 실무자를 했었는데, 그때 농부들과 교류하며 내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어요. 부모님 농사를 돕는 것과 내 농사를 짓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니까요. 2011년에 부모님이 농사짓던 땅에서 농사를 시작했고 옥수수, 가지, 애호박 건고추 등을 농사짓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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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두미반곡공동체 최진현 생산자
은은한 단맛이 일품
미백2호라는 품종의 찰옥수수를 재배하고 있어요. 속살이 다 하얀 옥수수죠. 쫀득쫀득하고 달달한 품종이에요. 사람들이 옥수수를 삶을 때 대부분 설탕이나 감미료를 많이 넣고 삶아요. 그래서 찰옥수수 본래의 단맛을 잘 못 느낍니다. 속이 꽉 차고 잘 여문 옥수수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삶아도 맛있어요. 그 은은한 맛을 꼭 느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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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꽉차게 여문 옥수수
알차게 여문 인생옥수수
유기 농사는 땅에 인위적인 영양분을 주기 어렵잖아요. 한 곳에서 오래 재배하면 옥수수에 필요한 영양분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2년마다 다른 밭에 옮겨심어요. 지금 옥수수가 있는 자리는 내년엔 가지를 심을 거예요. 옥수수는 땅이 좀 척박해도 잘 자라는 편이에요. 올해는 장마가 길어서 해를 많이 못 봤는데도 곰팡이나 병이 없이 알차게 여물었어요. 예년보다는 알 크기가 조금 작은 게 좀 아쉽죠.
이런 말씀 드리긴 좀 쑥쓰럽지만, 제 옥수수가 맛으로 칭찬이 좀 자자해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하도 옥수수를 많이 먹어서 이제 옥수수를 잘 안 먹는 편인데, 제 옥수수를 먹어본 분들은 꼭 한마디씩 하시더라고요. 너무 맛있는 인생옥수수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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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심 회복을 위해, 2년마다 다른 곳으로 옮겨 심는 옥수수
도무지 극복이 어려운 것
농사지으면서 도무지 극복이 어려운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멧돼지예요. 매년 피해는 있었는데 올해 유독 기승을 부렸어요. 옥수수 농사를 두 필지에 짓는데, 한 필지는 거의 반 이상을 멧돼지가 파먹었어요. 수확량의 1/4정도예요. 예전엔 동물도 먹고 살아야지 했는데, 올해는 그럴 수가 없네요. 막을 쳐놓기도 하고 라디오를 켜놓기도 했는데, 다 소용없더라고요. 다 헤집고 들어와요. 그래서 올해는 좀 힘들었어요.
또 하나는 사람인데요. 우리 공동체에 저처럼 대를 이어 농사짓는 가구가 1가구뿐이에요. 아마 다음 세대는 농부가 없겠다는 생각을 해요. 농촌은 일손이 부족한 수준을 넘어섰어요. 공동체 회원 수도 제가 처음 농사짓기 시작할 때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죠. 최근 몇 년은 기후 위기 때문에 농사 못 짓겠다 하는 분도 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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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가 헤집어 놓은 옥수수밭
다시 농사를 짓게 하는 힘
그래도 한살림 생산자인 게 참 든든하고 다행이라 생각해요. 판로 걱정 없이 농사에 전념할 수 있고, 시장 농산물 가격이 요동쳐도 우리는 약속한 제 몫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면 특히 그렇죠.
한살림 농부들은 다 같을 거로 생각하는데요. 내가 애써 키운 물품을 조합원에게 선보일 때 느끼는 성취감 같은 게 있거든요. 농사 참 힘들고 매년 못하겠다 싶다가도 제 옥수수를 맛있게 먹어주는 조합원이 있다고 생각하면 참 뿌듯해요. 그 힘으로 또 다음 해 농사도 지을 수 있는 거고요. 그런 생각을 하면 정말 좋은것만 드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어요. 이런 마음이 조합원에게도 가닿으면 좋겠어요. 조금 모자라거나 못난 물품이 있어도 애정을 가지고 이용해 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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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최진현 생산자의 옥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