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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칼럼] 이제 극한 날씨가 정상이다

2023.07.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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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기상청 홈페이지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버린 날씨?
이번 7월 폭우로 한살림 생산자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고 들었습니다. 올해만이 아니라 농사 환경이 매년 달라짐을 체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전례 없는 기후위기로 우리가 뿌린대로 거두고 있습니다. 
지구는 인간이 가하는 온실가스라는 충격을 받아 인간에게 극한 날씨로 되돌려주고 있습니다. 1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극한 날씨는 우리 생전에 한 번 정도 경험할 수 있는데 이미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습니다. 비정상이라고 간주했던 극한 날씨는 이제 비정상이 아니라 정상이 되려 합니다.
지구 기온이 올라갈수록 비도 늘고, 가뭄도 늘고
우리나라는 7월과 8월 여름철에 일 년 강수량의 절반 이상이 비로 내립니다. 이 비는 매일 매일 일정하게 내리는 게 아니라 집중호우로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가 내리려면 지표면에서 수증기가 증발해야 하는데, 대기 안 수증기의 85% 이상은 바다에서 증발한 것이고 그 대부분은 아열대 바다에서 이루어집니다. 대기는 차가울 때보다 따뜻할 때 습기를 더 많이 머금는데, 지상 기온이 1°C 상승할 때마다 수증기가 약 7% 더 증가합니다. 지구 기온 상승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극한 폭우나 폭설 증가의 주요 요인인 것입니다.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최근 30년(1991∼2020년)에 우리나라 연 강수량(비와 눈의 양)은 135.4mm 증가한 반면, 강수일수(비나 눈이 오는 날)는 21.2일 감소하였습니다. 연 강수일수는 어느 계절에나 고르게 줄었는데 연간 강수량이 증가한 것은 여름철에 내리는 비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집중호우도 늘고 가뭄도 늘어난 것입니다. 여름철에는 집중호우가 많아졌고, 겨울과 봄철에는 가뭄이 강해졌습니다.
폭염, 폭우, 대기의 강 (Atmospheric River)
장마철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쪽으로 북상해 와 그 가장자리를 따라 수증기 통로가 만들어집니다. 이때 장마전선이 활성화되어 강한 비구름을 만들어 호우 피해가 일어납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더 북상해 우리나라가 이 영역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폭염이 기승을 부리게 됩니다.

한편, 여름철 우리나라에서 온대 저기압이 발달하면 남쪽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북쪽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맞부딪쳐 한랭전선이 만들어진다. 한랭전선을 따라 수증기 통로가 만들어져 이곳에서 비가 내립니다. 이때 북쪽 고기압이 동해로 확장해 있으면 온대 저기압이 빠져나가지 못해 우리나라에 많은 비를 내립니다.

장마전선이나 한랭전선에서 수증기는 길이 수천 km와 폭 100km 정도인 띠 형태 통로를 따라 공급되는데 이를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이라 합니다. 대기의 강이 대기 중 수증기의 90% 이상을 열대지역에서 온대지역으로 운반합니다. 지구가열에 의해 대기의 강은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하고 그 길이와 폭이 더 확장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리고 지구가열은 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 열에너지가 더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열에너지는 운동 에너지로 전환되어 바람이 세져 폭풍우가 더 크고 강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극한날씨에 대응할 수 있을까?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여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으로 더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예전과는 다르게 강수량 변동이 심해져 홍수와 폭염의 양극단을 오가는 극한 날씨 현상이 자주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지구가열로 인해 극한 날씨는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할 뿐만이 아니라 불규칙하게 일어납니다. 기상청에서는 2009년도부터 아예 장마 예보를 중단했습니다.

앞으로 지구가열로 강수량이 지금처럼 계속 증가한다면 우리나라는 물 걱정을 안 해도 될까요? 우리나라에서 강수가 증가하면 이와 함께 하천 유출량도 증가합니다. 이는 비가 더 많이 온다 해도 활용할 수 있는 물이 하천에 더 많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강수량이 증가한다고 해서 땅이 촉촉해지지는 않습니다. 기온 상승으로 지표면 증발량이 많아져 지표 토양은 현재보다 더욱 건조해져 농작물의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같은 시공간에서 하천에선 홍수 위험이, 경작지에선 가뭄 위험이 커지는 상반된 극한 현상이 예상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날씨는 과거 경험을 뛰어넘어 일어나므로 우리의 대응 역량을 넘어섭니다. 도시의 도로와 건물들, 농촌의 둑과 저수지와 같은 각종 기반 시설의 한계는 과거 경험에 기반해 구축되었기 때문에 현재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속도가 이에 대한 대응 속도보다 빠르면 이 세상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여름 우리는 기후위기가 얼마나 파괴적이고 위험한 결과를 일으키는지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기후위기가 이 세상이 무너지는 재앙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우리가 일으킨 위기이므로 우리가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 조천호(대기과학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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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조천호 (대기과학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