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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여전히 현재 진행형, 폭우피해 생산지에 다녀왔습니다

2023.07.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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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에 있는 충청권 산지를 다녀온 우준 한살림연합 농산물위원장이 보내온 글을 조합원에게 전합니다.

지난 7월 15일 토요일부터 부여, 청주, 괴산, 예천, 충주 등 한살림 생산지 곳곳에서 수해 소식들이 들려왔습니다. 논과 밭이 물에 잠기고, 과수원에 토사가 밀려들고, 사료용 곤포가 강으로 떠내려가는 모습에, 자기 농지에 들어갈 수 없어 탄식하는 생산자들의 목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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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료용 곤포가 강으로 강으로 떠내려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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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폭우에 지붕까지 물이 찬 하우스 모습
비가 약간 잦아든 일요일 오전, 막대한 수해가 쓸고 간 한살림축산영농조합법인의 한우 사료 공장 복구 작업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괴산으로 향했습니다. 한축회와 괴산지역 생산자들이 모여 아침부터 복구 작업을 하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공장이 1m 넘게 물에 잠겨 기계가 전부 못쓰게 되버렸고, 우리가 흔히 마시멜로라고 부르는, 섬유질사료의 원료가 되는 곤포 사일리지가 거의 다 떠내려가 사료에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소 끼니 걱정이 머리에 가득한 한축회 회원들 사이에서 설겆이를 도우며 이렇게 그릇은 물로 씻어낼 수 있지만 망가진 기계와 떠내려간 사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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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우 사료 공장의 물에 잠겨 망가진 기계
느티나무공동체 박호철 김혜성 부부 생산자의 노각오이 작업장에도 다녀왔습니다. 한살림의 토박이 노각오이 생산자의 밭 역시 큰 수해를 입었습니다. “그래도 집은 무사하고 두 번째 출하까지는 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애써 웃는 그를 도와 어둑해질 때까지 노각오이를 깨끗하게 닦았습니다. 소비도 점점 줄어 내년에는 노각오이 농사를 안할까 싶다는 생산자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녁에 만난 감물흙사랑공동체 생산자 부부는 농지뿐만 아니라 집까지 침수되어 대피소 생활을 하고 계셨습니다. 생산자 대부분이 크고 작은 수해를 입었지만 당장 수확해서 공급해야 하는 작물이 있고 돌보아야 하는 소와 닭이 있기에 이중고를 겪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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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침수되어 집터만 남은 생산자의 집
다음날에는 생산자연합회 피해조사팀과 함께 청주 피해산지를 찾아갔습니다. 제방이 터져서 가장 피해를 심하게 입은 서촌동의 들녘공동체는 하우스의 지붕까지 다 잠겼었다고 합니다. 물이 빠져나간 하우스 안팎의 모습은 너무도 처참했는데, 푸른 하늘과 하우스 옆 논은 시치미 떼듯 평온해 보여 하늘과 논이 미웠습니다. 이 곳은 하우스 구조물조차 다시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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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침수 피해를 입은 토마토 비닐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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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붕까지 물에 잠겼던 하우스 모습
배수장 가동이 늦어 물이 차올랐다는 강 건너 신대들의 뿌리공동체의 하우스 시설은 겉보기에는 괜찮았고 거의 다 자란 아욱과 청경채도 잎 끝부분이 조금 시들해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밭에 들어가 보니 발목까지 발이 빠져서 수확하는 것도 뽑아내는 것도 할 수가 없는 상태였고, 작물들도 뿌리가 썩어 곧 죽어버릴 거라고 합니다. 게다가 밭을 정돈하고 다음 채소를 심으려면 최소한 한 달은 기다려야 할 거라고 합니다.
지금도 군산과 부안, 부여와 청주, 괴산 등 곳곳의 한살림 산지가 빗속에 있습니다. 농작물과 시설, 인명 피해가 제발 더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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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빗물이 빠진 뒤 진흙으로 뒤덮힌 방울토마토 모습
자연 앞에서 인간은 속수무책이라고 하지만, 매년 겪고 있는 유례없는 새로운 날씨 상황은 기후위기를 야기한 우리 모두의 인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 상황에서 우리의 먹거리를 온몸으로 지키고 있는 생산자들에게 응원과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보탭니다.


글/사진 한살림연합 농산물위원장 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