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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한살림 매장에서 각 지역의 토종쌀을 만나는 상상

2023.06.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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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초정공동체 나기창 생산자의 토종쌀 농사 이야기 1편

토종쌀을 지키는 한살림 생산자에게 영감을 얻다
나기창 생산자는 28살에 귀향해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17년 차 청년 농부이다. 주로 잎채소 농사를 짓고 있지만 논 일부를 내어 3년째 토종쌀 농사를 짓고 있다. ‘유기농으로 짓기도 힘든데 토종쌀까지?’ 라고 생각한 그였지만 2010년부터 논살림 활동을 하면서 만난 인연으로 토종 종자에 관심을 갖게 됐고 농사까지 이어졌다. 우리씨앗농장 안상희 농부과 오랜동안 토종쌀 농사를 이어온 몇몇 농부들이 그에게 영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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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토종벼 모판을 들고 있는 나기창 생산자
토종쌀이 무조건 좋다는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
사실 토종쌀 농사는 쉽지가 않다. 토종벼는 키가 커서 잘 넘어지고, 까락이라는 짧은 털이 있어 도정도 어렵다. 정미소에 도정을 맡기면 푸대접받기 일쑤다. 양이 많지도 않은데 까락이 기계에 걸려 정미기 청소를 다시 해야 해서 반겨주지를 않는단다. 효율을 추구하는 눈으로 토종쌀을 본다면 천덕꾸러기 같겠지만 끝이 뽀족한 까락은 그 자체로 벌레와 새의 피해로부터 쌀을 지키고 수분 조절 기능도 있어 가뭄에도 더 버틸 힘이 있다.

우리씨앗농장 안상희 농부는 그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적응해 온 것이 토종 종자이기에 단순히 ‘토종이 개량종자보다 좋다, 못하다’라는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자연에 가까운 농사에 적합한 것이 바로 토종 종자라고 그 의미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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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올해는 족제비찰, 용정찰, 비단찰이라는 찰벼 3종과 백석이라는 메벼 1종을 심었다
토종쌀 짓기, 어렵지만 재미와 보람이 있어
여러 어려움에도 그가 토종쌀 농사를 계속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은 재미와 매력이다. 종자별 특성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채종으로 토종 종자를 이어가는 보람도 크다. 또 다른 이유는 조합원들에게 재미와 선택권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한살림 생산자로서 받은 것이 많기에 이런 활동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한다.

작년에는 한살림재단을 통해 청년농부지킴이 후원을 받았다. 경제적 도움과 응원도 기뻤지만 토종쌀을 알릴 수 있는 경로가 하나 생긴 것 같아서 더 기뻤다고 한다. 펀딩에 참여한 한 조합원이 쌀을 받아보고는 ‘다양한 종자가 섞여 반짝거리는 것이 마치 보석처럼 보인다’는 후기를 보내왔다. 그는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그런 이야기에 마음이 가득 채워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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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손 모내기하고 나온 친구의 발
우리 지역 토종쌀을 이어가고 싶다
그가 처음에 토종쌀을 접하고 아직 325종의 토종쌀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것저것 다 지어보고 싶어 2,500평에 열 가지가 넘는 품종을 심었다. 예상보다 소출량이 적었고 관리 부담도 크니 적당한 수익으로도 이어지지 못했다. ‘좀 더 제대로 준비해서 차츰 면적을 넓혀야겠다’고는 생각하고 천천히 꾸준히 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3년 차를 맞은 올해는 품종을 4종류로 대폭 줄였다. 논 면적도 400평으로 줄였다. 수많은 종자 중 어떤 것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나는 우리 지역의 토종쌀을 이어가야겠다’ 하고 방향을 정했다고 한다. ‘족제비찰’, ‘용정찰’, ‘비단찰’이라는 찰벼 3종과 ‘백석’이라는 메벼 1종이다. 모두 흙살림 토종연구소 윤성희 소장에게 받았다. 그가 직접 채종한 씨앗으로 충북 지역에서 오랫동안 적응해온 종자이다.

올해는 한살림에서 알게 된 친구들 아홉 명과 함께 농사를 짓는다. 오랫동안 공부 모임이며 산지 방문을 함께 해온 동지이다. 모임에서 ‘기창이 혼자 토종쌀 농사를 짓고 있으니 올해 같이 지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단다. 멤버들이 소액씩 모아 생산비용을 대고, 함께 농사를 짓고 수확한 쌀은 나누어 가져간다. 지난 5월 19일 손 모내기부터 함께 했다. 나기창 생산자는 ‘다들 농사 잘돼서 많이 수확되면 좋겠다 말했는데, 삐뚤빼뚤 늘어선 모를 보고는 웃음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도 먼 거리 마다않고 초정까지 와서 함께 해주는 그 마음이 좋아 올해 농사도 즐겁게 지을 수 있을 것 같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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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손 모내기로 심은 토종벼
다양한 토종쌀을 취향껏 맛보는 식문화가 만들어지는 즐거운 상상
쌀은 다른 작물에 비해 자급률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쌀 소비량은 매년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1인당 1일 쌀 소비량은 256g이었는데 2022년에는 155g으로 20년 사이에 100g이 감소했다. 밥을 더 많이 먹자고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식생활이 크게 바뀐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면 쌀을 먹는 방식을 바꿔보면 어떨까? 다양한 품종의 토종쌀을 소비자들이 만날 수 있어서 요일별로 다른 토종쌀을 한 줌씩 넣어서 색다른 밥맛을 보면 어떨까? 전국의 한살림 매장에서 각 지역의 토종쌀을 만나 볼 수 있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토종쌀 지키기가 무거운 운동이기보다 생산자도 즐겁게 도전할 수 있고, 소비자의 욕구도 만족시키는 활동이 되는 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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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 올해 토종쌀 농사를 함께 지을 친구들
<우리 쌀·밀·콩 생산자를 만나다>
2023년 한살림 식량자급캠페인 ‘대한식량독립만세’의 일환으로 우리 쌀·밀·콩 생산자에게 한 해 농사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쌀 농사 이야기는 청주 초정공동체에서 잎채소와 벼농사를 지으며 논의 일부를 토종벼로 짓고 있는 나기창 생산자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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