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9일(수) LMO 쥬키니호박 종자 유통 관련 온라인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한살림 송용식 주키니호박 생산자가 직접 참여해 최근 상황과 심경을 밝혔습니다. 송용식 생산자는 발언을 마치며 "귀농을 앞두고 있는 딸 자식이 있는데 이제 어떻게 같이 농자 짓자 손을 내밀겠냐" 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조합원은 "생산자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같이 울고 싶을 지경"이라며, 생산자들을 위한 보상과 대책 마련에 끝까지 함께 하자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아래 송용식 생산자님의 이야기를 조합원들께 전합니다.
주키니호박과 둥근애호박을 생산하는 한살림 생산자 송용식입니다.
4월 13일, 국립종자원 본원에서 세 분이 제 농장에 왔습니다. 옥천농협에서도 사람이 나왔습니다. 3월 27일, 국립종자원이 처음 제 농장에 방문해서 육묘 중이던 주키니 모종을 가져가며 출하 금지를 통보한 날부터 딱 17일 만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주키니 호박이 LMO 양성판정이 나왔다면서 폐기 명령서를 보낸 지 12일 만이었습니다. 게다가 지난 4월 3일 종자원에서 나와서 제 농장에 “유전자변형생물체 의심 출입 및 식물채취 금지”라고 딱지를 붙여 놓은 지 10일 만이었습니다.
주키니호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보상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눈이 빠지게 기다렸건만 와서 한다는 소리가, “주키니 호박 몇 개나 땄습니까?” 였습니다. 몇 개 따서 시중에 팔아먹었냐는 말로 들렸습니다. 감시하러 온 거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그렇게 울화통 치미는 소리를 하고 나서 아무런 조치도 없이 갔습니다. 보상을 위한 제대로 된 조사도, 언제 폐기하겠다는 일정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지역 농협에서는 어제 공문을 받았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겠다며 그냥 갔습니다.
저희 주키니호박 시설하우스에는, 영어로 댄저(DANGER), 위험, 안전제일, 이렇게 붉게 쓰인 띠가 둘러쳐 있습니다. 하우스 입구에는 '유전자변형생물체 의심 출입 및 식물채취 금지'. 붉은 색깔로 낙인찍듯 붙여 놓았습니다. 피눈물이 납니다. 그동안 수십년 동안 친환경 농업을 한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때로는 주변의 질시와 눈총을 받으면서도 고집스럽게 유기농업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소비자와 국민들 앞에 제가 큰 죄인이 된 기분입니다. 이게 저의 잘못입니까?
저는 자가채종을 해서 호박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그런데 2020년 40일 동안의 사상 유례없는 폭우로 인해 저희 농장이 모두 잠겼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주키니종자를 구입해서 농사를 지었습니다. 종자업체와 정부의 종자관리 시스템을 믿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정부는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며, 예산 타령하면서 종잣값 인건비 몇 푼 주는 것으로 끝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호박 농사 하나에 저와 제 아내, 두 딸이 온 정성을 다해 왔습니다. 우리 한살림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품질 좋은 주키니를 공급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다 폐기하고 주키니 호박도 지을 수 없다니요?
친환경 주키니 농가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이 없습니다. 수십 년 동안 만들어 온 친환경 필지는, 친환경 인증은 어떻게 되는지, 주키니를 못 심으면 다른 작물에 대한 대책을 세워줄 것인지, 정부의 답을 듣고 싶습니다. 농사는 심어야 할 때를 놓치면, 맨땅에 풀 농사만 지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주키니 호박 농가, 특히 친환경 주키니 호박 농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