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음과 죽? 토핑 이유식? 이유식을 준비해야 하는 초보 양육자에게는 찾아볼 것도 챙겨야할 것도 참 많습니다. 이유식이 처음인 꼬마와땅 가족들을 위해 육아 선배이자 요리 연구가인 김영빈 선생님이 이유식 기본 정보를 나누고 여러분의 궁금증에 대해 답을 드립니다.
이유식 트렌드, 궁금하시죠?
저를 육아잡지와 매체에 등장시켰던 첫 아이가 이제 17살 소녀가 되었고 이유식 책 출간의 계기였던 둘째 아이가 12살이 되었으니 제 이유식 방법도 이젠 라떼 이유식이라 말 할 수 있겠네요. 아기들이 자라 소녀들이 되었지만 저의 이유식, 육아 시장에 대한 관심은 변함이 없어서 항상 트렌드를 분석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간 4~5가지 큰 변화가 보이더군요. 제가 본 이유식 트렌드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한 번 나눠볼게요.
만 6개월부터 시작
예전 이유식 책을 보면 이유식 시작 시기가 100일 이후인 것부터 4개월, 6개월 아주 다양한데 이때는 아기의 성장에 집중해 이유식을 시작한 것보다는 엄마나 가족의 영향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기를 낳고 백일 즈음부터는 대가족의 가사와 육아를 병행했기 때문에 시기가 빨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거의 모든 가정에서 아기가 1~2명 태어나고 아기에게 집중하는 시대가 오면서 이유식 시기가 6개월로, 180일이 늦춰졌는데 요새는 다시 4개월 즈음으로 앞당겨지기도 하더군요. 미국 소아학회와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아기의 신체능력에 맞춘 이유식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너무 이른 시기에 이유식을 시작하면 잘 앉아 있지 못하거나 삼키는 능력이 부족하여 질식, 소화장애 등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6개월 정도가 적당하고 완모나 완분을 할 때도 이 시기가 좋다고 권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기와 충분히 교감하고 아기에 맞추어 시작하는 이유식은 아주 중요해요. 제 경험을 들려드리자면 첫째는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친정 엄마 찬스로 이유식이 조금 빨랐는데 유아 아토피로 조금 고생을 했어요. 6개월부터 천천히 저와 아기, 가족들의 페이스로 이유식을 시작한 둘째는 아토피도 없고 성장도 언니보다 빨랐답니다. 언제 시작하느냐보다는 아기가 적응할 수 있는 시기에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미음 말고 죽부터
아시아권에서는 초기 이유식은 되직한 미음부터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었죠. 그런데 WHO의 권장으로 이유식 시기가 늦춰지고 미각 훈련 등이 중요해지면서 아기들의 첫 이유식이 씹는 질감이 있는 죽부터 시작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습니다. 되직하고 식감이 있는 죽으로 이유식을 시작한 아기는 저작 운동(음식을 씹는 행위)과 음식의 질감에 빨리 적응해 이유식에서 유아식으로의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집니다.
첫 이유식을 하며 긴장했던 감각이 이 글을 쓰니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데요. 미음으로 시작한 이유식을 순조롭게 적응하니 죽으로의 전환이 다른 아기들보다 빨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둘째는 미음 시기가 더 짧았고요. 요새 아기들을 보면 모체의 성장 발달이 좋아서인지 매우 시선이 또렷하고 행동거지가 빠르더라고요. 이런 아기들은 굳이 미음의 시기를 길게 가져갈 필요 없이 죽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토핑 이유식
미음이나 죽에 여러 가지 식재료를 섞어 끓이고 식재료의 종류를 늘려가는 것이 초창기 이유식이었다면 요즘 이유식은 식감과 풍미를 위해 섞지 않고 크기와 농도를 조절하여 따로 줄 것을 권장합니다. 어른처럼 밥과 반찬을 따로 먹는 건데 저는 이 방법이 아주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쌀은 포용력이 커서 모든 재료를 섞는데 부족함이 없지만 재료가 가진 고유의 식감과 풍미를 가리기도 하거든요. 아이들이 편식하면 엄마들이 아이가 좋아하는 재료로 그 재료를 숨겨서 주는 것처럼요. 토핑 이유식을 하면 아기들은 훨씬 다양한 재료를 맛보고 경험해서 편식 예방도 되고 미식에 대한 경험이 훨씬 좋아질 것 같아요.
다양한 식재료의 경험
이전에는 잡곡이나 알레르기 유발 음식들은 돌 이후에 먹이라고 했는데 요새는 돌전에 시작해도 된다고 권장되고 있어요. 아기들이 소화력이 미숙하고 알레르기 유발 때문에 이런 식재료들은 최대한 미뤄서 먹였었는데 지침이 바뀐 거죠. 사실 예전에 할머니들은 이유식을 먹이다 아기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면 그 재료를 중단한 게 아니라 어느 시점이 지나면 다시 먹여서 그 식재료와 몸이 서서히 적응하게 하셨다고 해요. 약간 한의학 같기도 하고 고리타분해 보일 수도 있지만 서양의 자연의학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답니다.
조심하고 차단한다고 너무 늦게 먹이거나 안 먹이게 되면 특정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는 증가한다는 것이 요즘 의학계의 견해입니다. 소화하고 해독할 정도의 양을 천천히 조금씩 늘려가다 보면 식재료로 인한 알레르기를 줄일 수 있고 아기는 다양한 식재료를 조기교육하기 때문에 푸드 네오포비아(food neophobia/새롭고 낯선 음식에 대한 두려움, 공포)를 없애서 편식 교정효과도 있지요. 다만 아기에게 주는 식재료는 언제나 깐깐하게 골라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기본입니다.
너무나 보편화된 단어죠? 자기주도 이유식은 아기가 스스로 손으로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이유식(baby-led weaning)을 말합니다.
이유 시기가 전 세계적으로 늦춰지게 되면서 아기들은 이유식 주권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저는 이 이론을 보고 정말 감동을 받았답니다.
아기들은 조금 더 성장한 시점(6개월, 180일 이후)에 이유식을 시작하므로 충분히 혼자서 자신의 식사에 대한 자아감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배고픔의 시간이나 식재료의 호불호 면에서요.
이유식의 종류나 조리법은 물론 어른들이 도와줘야 하지만 이 이유식을 시작하면 아기들은 처음부터 스스로 먹고 결정하게 되면서 식사에 대한 즐거움이 생길 것 같아요. 준비된 양을 다 먹이기 위해 아기와 사투를 벌여본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지요. 물론 엄마가 앉아서 먹일 때 보다 훨씬 많은 뒤처리와 시간이 필요하지만 아기가 먹을 때 엄마도 밥을 먹을 수 있고 아기에게 식사시간의 즐거움을 줄 수 있어 오감이 더욱 발달하게 되는 장점이 많은 식사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