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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한살림 고춧가루, 보약 먹는거나 다름 없지요

2023.09.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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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명동리공동체 최원국 생산자

제가 젊을 땐, 시골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농사 말곤 선택지가 별로 없었어요. 다른 일을 하려면 도시로 가야 했는데, 저는 군대를 다녀와선 고향에 남는 걸 선택했지요. 그땐 그렇게 부모님 농사 이어 짓는 게 당연한 시절이기도 했고요. 그렇게 40년째 홍천에서 계속 농사를 짓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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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천 명동리공동체 최원국 생산자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한 사람들
우리나라 농업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어요. 생산량도 늘었고 모양이나 품질에 대한 기준도 그때 생겼고요. 농사를 지으면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죠. 그런데 90년대 중반쯤, 농약과 화학비료에 회의감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났어요. 땅과 자연, 사람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는 생각에서요. 무농약 농사나 오리농법 같은 걸 시도하는 사람도 생겨났죠.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고 많은 농부들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90년대 말엔 꽤 많은 농가가 친환경 농사에 합류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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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확을 기다리는 빠알간 고추
홍천 1호 한살림공동체, 명동리
많은 농가가 친환경 농사로 전환한 것까지는 참 좋았는데, 문제는 이걸 팔 곳이 없었어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기준 같은 게 없다 보니까, 제값 받기도 어려웠고요. 수확한 농산물을 창고에 쌓아놓고 이걸 어쩌나 하고 있는데, 당시 농림부 장관이 지역에 방문 했어요. 우리 이야기를 듣고 한살림 박재일 회장님께 전달해 주더군요. 그렇게 한살림을 만났고 명동리 마을이 한살림 생산지가 됐어요. 홍천 지역에선 우리가 1호 공동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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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국 생산자의 고추 하우스 전경
유기 농사의 기본은 땅심
고추는 통상 2월 초에 파종해요. 그리고 4월 중순 넘어 밭에 옮겨 심죠. 수확은 7월 중순쯤 시작해 10월 말까지 하는데, 품종마다 시기는 조금씩 다르고요. 유기 농사는 땅심이 기본이에요. 화학 비료처럼 양분을 팍팍 줄 수 없기 때문에 평소에 토양 관리를 잘 해줘야 하죠. 저는 주로 벼농사를 짓고 난 부산물을 활용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또 중요한 건 배수. 배수가 불량하면 역병이 생기기 쉬워서 이 두 가지를 가장 많이 신경 쓰며 고추 농사를 지어요. 올해는 홍천은 운이 좋았어요, 비 피해도 적었고 태풍피해도 없었어요, 비도 적당히 왔고요. 다만 폭염이 길 어서 꽃이 덜 피었어요. 그래서 생산량이 조금 줄었죠. 그 외엔 품질도 맛도 모두 아주 좋은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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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확 후, 건조 전 숙성중인 고추
밥상의 보약, 한살림 고춧가루
한살림 건고추는 시중 건고추에 비해 10~15도 정도 낮은 온도에서 말려요. 높은 온도에서 찌다시피 고추를 말리면 시간도 절약되고 비용도 줄일 수 있지만, 영양소가 많이 파괴돼요. 남다르게 키운 고추니까, 이왕이면 영양손실도 최소화하고 싶어서 우리는 저온에서 긴 시간 말리죠. 우리 건고추는 대부분 괴산에서 가공해서 고춧가루로 조합원들에게 가고 일부 매장에 건고추로 공급해요. 우리 밥상을 자세히 보면, 고춧가루를 참 많이 써요. 그러니까 더 신경 쓰고 고민할 수밖에요. 우리 한살림 고춧가루를 쓰면, 밥상에 보약을 올리는 것과 다름없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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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온으로 장시간 말린 건고추
어느 생산지나 다 비슷한 말을 할 거예요. 지금 농촌 현실이 진짜 어려워요. 다들 언제 농사를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인데, 아직도 농사를 짓고 있어요. 다들 후계농이 없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언제까지 농사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한살림 할 수 있을까 자주 생각합니다. 생산과 소비가 하나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지탱해 주는 조합원이 있어 버티며 농사를 지을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함께 고민하는 한살림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