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유정란은 사료비 인상과 인력 부족, 까다로워진 유통기준으로 인해 생산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현재 한살림 양계는 칸당 면적을 8~20평으로 하는 개방계사방식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시범으로 계사를 터놓고 키우는 통 계사방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력 부족에 따른 효율적인 농장 운영과 특정 시기에 몰리는 입추와 유정란 출하를 분산시키는 방법도 함께 고민하고 있는 유정란 농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살림 유기한우와 유정란을 생산하는 아산연합회 생산농가를 만나서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을 위한 개선 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조직적으로는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유정란, 정운섭 생산자에게 듣다
농사경력
2000년도부터 한살림 생산자로 시작하였습니다. 한살림 쌀가게 시절부터 유정란이 함께했다는 자부심이 있죠. 단순히 경력이 아닌 사육방법에 대한 자부심입니다.
한살림 유정란의 차별점
(1) 초생추 : 보통 산란계 농가는 산란기에 도달한 닭(중추)을 들여와서 알을 낳게 합니다. 하지만 한살림은 갓 부화한 병아리(초생추)를 들여와서 일생동안 보금자리의 이동 없이 자라며 알을 낳습니다. 계사 안에 육추상자를 두고 초생추를 1~2개월 키우고 육추 상자를 개방하면 자연스럽게 행동반경이 넓어지게 됩니다. 초생추부터 120∼130일에 이르면 초란을 낳기 시작합니다.
(2) 풀사료 : 풀사료를 주는 산란계는 다른 양계와는 다른 한살림의 분명한 차별점입니다. 보통 한 농가당 8,000마리를 키우면서 산란이 가능한 닭을 6,000마리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이를 위해 2,000평의 노지에 밀과 라이그라스(사료작물)를 심어 여름철에는 청초를 먹입니다. 겨울철에는 엔실리지(풀김치)를 만들어 먹이는데, 저는 옥수수엔실리지와 함께 산야초를 먹이고 있습니다. 풀사료는 모두 유기 기준으로 키운 풀입니다.
유정란 생산기준
한살림 유정란은 야마기시식 계사 설치가 기본적인 생산기준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자연 양계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후가 바뀌면서 겨울에 더 매서워진 바람을 못 막아주고, 여름에는 더 더워지고 습해진 바람을 못 막아주니 산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에 아산에서는 통 계사방식을 실험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계사 안의 칸막이를 제거하면 닭들의 이동 반경이 넓어져서 건강해지고, 모서리 공간이 줄어서 방란의 비율은 1/10로 줄어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칸칸마다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알을 꺼내고 다시 문을 닫는 노동의 부담이 줄었습니다. 동물복지와 인간복지를 같이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방형 계사를 위해 자동 사료 급이대와 유정란 자동수거 벨트를 설치했는데, 알을 낳는 닭들을 헤쳐가며 알을 꺼내지 않으니 닭들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알을 낳고 있는 것 같습니다.
봄철과 가을철 유정란 적체 대책
가격탄력 이전에 공급탄력으로 해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봄가을마다 적체가 발생하는 것은 모든 농가가 비슷한 시기(3월, 9월)에 초생추를 들여오다 보니 산란기가 겹치고, 게다가 날씨가 좋아지면서 산란율도 높아져 유정란 출하량이 급등하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안 좋아지면 산란율이 떨어져 유정란도 부족해지는 것입니다. 닭은 해가 떠 있을 때만 먹는데, 낮이 짧고 일조량이 적은 겨울에는 닭도 모이를 많이 먹지 않아 산란율이 저조하다가 봄철부터 일조량이 많아지기 시작하니 닭도 많이 먹게 되고 그러다 보니 산란율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한 가지 방법으로 초생추를 들이는 시기를 조정하는 것입니다. 보통 초생추 입추가 3월, 9월에 집중되고 있는데, 일부를 한 두 달 정도 차이를 두고 입추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자가 별도의 자가 육추장을 운영해야 합니다. 육추장 도입에 대해 개인 생산자가 혼자서 결정하기보다는 유정란 생산자들과 소비자가 함께 논의해나가면 좋겠습니다
한살림 유정란의 자부심
한살림이 쌀가게로 시작해서 쌀에 대한 자부심이 있음에도 소비자의 식습관이 바뀌다 보니 밥을 안 먹는다는 등 쌀 소비가 줄어드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쌀은 안 먹어도 계란은 먹는다고 하니 유정란의 지속적인 소비량이 유지됨에 대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다만 지속적인 생산량의 유지를 위해서는 농가마다의 상황을 고려하여 생산 기준 현실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출처 : 한살림생산자연합회소식지 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