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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브로콜리는 뭘 먹고 그리 예뻐요?

2022.05.20 (금)

조회수
1,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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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우 괴산 감물흙사랑공동체 생산자
충북 괴산에서 브로콜리, 감자, 옥수수, 고추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6월 초 수확할 브로콜리를 가장 신경 써서 돌보고 있죠. 날이 가물어서 매일 새벽부터 저녁까지 밭에 물을 길어다 주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브로콜리는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줘야 모양이 동그랗고 예쁘게 나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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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비라도 왔으면!
올해는 냉해도, 병충해도 심하지 않고 무탈한 편이랍니다. 모종을 심고 두 달 정도만 키우면 수확하니까 기르는 기간도 짧죠. 그래서 심기 전에 밭에 충분한 거름을 주고 그 후에는 미생물 액비 정도만 줘요. 물관리가 가장 중요해요. 물을 충분히 줘야 크기도 적당히 자라고 모양도 예뻐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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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는 농부 마음을 알까요?
우리 지역에서는 일 년에 두 번 브로콜리를 재배할 수 있어요. 5월에 수확하는 봄 작기 그리고 10월에 수확하는 가을 작기죠. 저는 노지에서 농사짓는데 모종 심는 시기가 되면 항상 찾아오는 고라니 때문에 골치가 아파요. 고라니도 야들야들하고 달콤한 브로콜리 싹이 맛있나 봐요. 모종을 심어두면 산에서 내려와서는 어마어마하게 먹어 치워버린답니다. 울타리나 그물망을 설치해도 점프력이 워낙 좋아서 소용이 없어요. 올해도 600평 중 200평은 고라니가 전부 먹어버렸죠.
“그러면 모종을 사다가 다시 심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저희는 직접 키운 친환경 모종을 사용해야 해서 피해 자리를 고스란히 빈 땅으로 남겨둘 수밖에 없어요.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기는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부에게 고라니는 그저 원수 같은 존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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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은 제게 축복이에요
한살림 생산자로 농사지은 지는 17년 정도 되었어요. 참 축복 같은 일이에요. 한살림 생산자는 약 2300세대인데 전국의 농민 수를 생각하면 극히 소수거든요. 한살림에서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상황을 이해하면서 배려하고 더불어 살죠. 한국 농민 중에 한살림 생산자만큼 존중받고 대접받으며 농사짓는 분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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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더불어
76 농가가 함께 동고동락하는 괴산 감물흙사랑 공동체는 한살림 공동체 중 하나지만, 지역에 있잖아요. 그래서 친환경 농부가 아닌 지역 분들과도 더불어 살아야 해요. 그게 한살림의 정신이기도 하고요. 친환경 농부로서 원칙을 지키며 농사짓되 지역과도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공동체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선별하고 다듬을 때 지역 분들을 고용해요. 농부가 직접 선별하기보다 제 3자의 눈으로 보고 골라내야 더 명확한 기준으로 작업할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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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항상 생산자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조합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주며 한살림의 소중한 가치를 이어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