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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참나무공동체 이숙현·이병하 생산자

2018년 07월 21일 (S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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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현·이병하 생산자는 강원도 횡성 참나무공동체에서 참취 농사를 지어 생취나물과 취나물말림을 공급합니다. 취나물에서 꽃이 피면 내년 농사를 위한 씨앗도 직접 채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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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젊은 생산자 부부가 웃으며 우리를 반겼다. 비만 간신히 피할 수 있는, 노지와 다를 것 없는 하우스에는 취나물들이 자라고 있다. 갑자기 추워져 어린 취들이 죽었다며 해마다 달라지는 날씨를 걱정하는 이병하 생산자에게, “어딜 가나 농사짓는 곳은 마찬가지”라며 이숙현 생산자가 요즘말로 ‘쿨하게’ 위로한다. 묵묵하고 다정한 남편과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아내. 부부 생산자의 첫 인상이 생동감 넘치는 봄을 닮았다.

작물을 볼 줄 아는 사람
아내 이숙현 생산자의 고향은 경기도 연천이다. 농사를 전혀 몰랐지만 이병하 생산자를 만나 강원도 횡성까지 시집을 왔다. 이병하 생산자가 짧은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접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여행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IMF 여파로 일감이 줄면서 사무실이 썰렁해졌어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해야겠다 생각했죠. 그것이 어릴 적 부모님 일손을 거들며 배운 농사였습니다.” 부부는 이병하 생산자의 부모님이 하시던 오이농사를 함께 시작했다. 오이는 관행농으로 지었다. 새벽 5시 반쯤 딴 오이를 농협에 내면 저녁 10시 경 가락시장에서 가격이 매겨지고 다음날 농협에 경매가가 공개됐다. 누구는 얼마, 누구는 얼마. 남들의 오이 가격을 보면 경쟁의식이 생겼다. “농사를 짓는지, 도박을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농부는 농사를 잘 짓는 것에만 집중하면 좋겠는데 남을 의식하고 경쟁하게 되니 서로 공유하는 것도 없었죠.”
사나흘에 한 번은 농약을 쳐야 하는 오이농사와 매일 반복되는 가격 비교 등에 지쳐가던 찰나, 당시 농민회 총무였던 오건택 생산자를 만나 한살림을 알게 됐다. “정해진 가격에 약정재배를 한다는 것이 마음이 편안했어요.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잖아요. 함께 나누는 공동체 의식도 좋았습니다.”
오건택 생산자와는 2013년 참나무공동체를 꾸리며 대표와 총무로 연을 이어오고 있다. ‘농사를 잘 짓는다’고 하면 ‘고소득’이란 말을 떠올리는 요즘 시대, 생산자 부부가 말하는 잘 짓는 농사는 다름 아닌 ‘작물을 튼튼하게 키우는 것’이다. “내가 밭의 취나물이 되어 보는 거죠. 뭐 필요한 게 없나, 물이 부족한지, 양분이 부족한지. 저희는 작물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관계 맺음으로 짓는 농사
물론 친환경 농사라고 순탄할 리 없다. 완전히 망해서 수입이 전혀 없었던 적도 두 해 정도 됐다. 부부는 그런 고비를 거치며 많이 내려놓게 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직 1만 3,000평이 넘는 땅을 가꾸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저희가 마을에서 가장 어리다 보니 땅을 부탁하시는 분들이 많아 요. 20년 전부터 제가 경운이며 수확이며 늘상 도와주던 땅이죠. 어르신들이 연세가 들면서 ‘못하겠으니 너 해라’하시면 거절하기가 어렵네요.” 그렇게 맡은 땅에 벼, 고추, 콩 등을 심었지만 제대로 가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는 취나물을 제외하고는 줄여갈 예정이다.
부부의 취나물 농사는 2012년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는 한살림에 취나물이 귀했다. 동네 할머니들께 씨를 받거나 직접 산에 올라 채종하기도 했다. 그런 노력으로 현재는 5,000평의 취나물 밭을 가꾸는 한살림에서 제법 오래된 취나물 생산자이다.
“취나물은 풀과의 싸움이에요. 키가 크지 않은 작물인지라 풀이 많으면 풀에 치여 더 자라지 않거든요. 별 수 있나요. 열심히 풀을 뽑는 수밖에요.” 많은 밭을 돌며 한 해에만 3~4번씩 풀을 뽑는 것도 만만찮지만, 3,000평이나 되는 육묘장을 돌보는 것 역시 중요한 일. 물을 주는 데만 2시간이 걸린다. 밭에 직파를 할 수도 있지만 도저히 풀을 이길 수 없어 육묘해서 심고 있다. 하루가 25시간이어도 모자란다는 부부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키우는 맛에 살아요. 소도 잘 먹이면 잘 크듯, 식물도 그래요. 그렇게 잘 키운 취나물을 받은 조합원들로부터 인사까지 받으면 더 기쁘죠.” 부부는 처음에는 그 감사 인사가 어색했다. 관행농일때는 소비자와 만날 일이 없었다. 그런데 한살림에서는 조합원과 관계를 맺고 농사를 짓는다. 알아봐주는 조합원 덕에 농사를 지을 때 더 조심스럽고 함부로 할 수 없다.
“제가 두 해 정도 토종 조선오이를 냈었는데, 어느 해는 수확량이 너무 많아 식당에 그냥 나눠 줄 정도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서울에서 전화가 왔어요. 몸이 안 좋은 할머니께서 본인이 그 오이를 참 좋아하는데 매장에 가니 없다는 거예요. 저희는 남는 것도 많으니 잘 됐다 싶어 세 상자를 보내드렸어요. 그런데 다음해인가 잘 먹었다고 편지를 넣어 양말을 선물로 보내주셨어요. 그렇게 마음이 전해지면 더 힘내서 농사를 짓게 돼요.” 바짓단을 들어올려 신고 있는 양말을 보여주는 이병하 생산자의 얼굴에서 한살림하는 기쁨과 보람이 느껴졌다.
밭에서 한 해를 보내고 이제 곧 쑥쑥 자라서 우리의 밥상에 오를 취나물. 한 줄기 떼어내 입에 넣으니 특유의 쌉싸래한 맛 뒤로 연한 달큰함이 느껴졌다. 취나물에 맛이 꼭 이병하·이숙현 생산자가 말하는 한살림 농사 같다.

글 윤연진 사진 김현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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